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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갈등을 넘어 치유로-릴레이 인터뷰] ①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세월호 참사, 생명윤리 부재 탓… 구조 과정 정의의 원칙도 무시”

[세월호 1년, 갈등을 넘어 치유로-릴레이 인터뷰]  ①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기사의 사진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이 3일 경기도 안양 샘병원에서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안양=구성찬 기자
다음 주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깊은 성찰과 치유의 노력을 했는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유족의 아픔을 충분히 어루만졌는지, 제2의 세월호를 막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했는지, 반성과 용서 대신 슬픔과 갈등에 함몰돼 있지는 않은지 멈춰 돌아볼 때다. 국민일보는 이 참사를 여러 각도에서 돌아보게 해줄 이들을 차례로 인터뷰해 연재한다. 이제 이들이 던져주는 숙제를 풀어갈 차례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윤리의 문제였습니다. 안전불감증을 넘어선 문제라는 뜻입니다. 평형수를 넣어야 할 자리에 컨테이너를 실었지요. 생명보다 돈을 추구한 겁니다. 돈 앞에서 윤리가 쉽게 무너지며 304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박상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생명윤리의 부재’에서 찾았다. 한국에서 살아갈 때 맞닥뜨리는 가치 선택의 여러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버려지는 것이 바로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1주기를 앞둔 지금, 그러나 우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돌아보고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경기도 안양 샘병원에서 지난 3일 박 위원장을 만나 들었다.

“세월호는 선박 개조부터 인가받고, 승객 태우고, 화물 싣고, 침몰 때 탈출하는 과정까지 생명윤리의 원칙이 단 한 차례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매순간 생명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하는 연속적인 상황이 대참사를 만들어낸 겁니다.”

박 위원장은 자율성 존중, 악행 금지, 선행, 정의라는 ‘생명윤리 4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설명했다.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 훼손되면서 단원고 학생들은 처참한 상황으로 몰렸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배 밖으로 나갈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끝까지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가만히 기다려야 했다. 그는 “구조될 거란 기대감 속에 목숨을 잃어야 했다는 게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의의 원칙은 구조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됐다.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버려둔 채 구조됐다. 응급구조의 우선순위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박 위원장은 "안전보다 돈을 택했고, 그 과정에 '관피아'가 개입하고, 돈과 권력이 관피아를 좌우했다"며 "이렇게 악행 금지와 선행의 원칙까지 깡그리 무시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304명의 목숨을 통해 우리는 '생명 존중의 중요성'이란 교훈을 얻었다. 세월호 침몰을 지켜본 모든 사람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 "단원고 학생 가족들의 '공부 못해도 좋으니, 게임만 해도 괜찮으니 살아만 돌아오라'는 절규가 무엇보다 큰 울림이었습니다. 생명 앞에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많은 돈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난 1년 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각종 살인사건과 일가족 자살, 고독사 등 생명윤리가 짓밟힌 사건이 끊임없이 터졌다. 이런 '생명의 결핍'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나라는 광복 후 70년 동안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밤 새워 공부하고, 악착같이 돈을 벌었지요. '잘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무조건 열심히 살았습니다. 속도를 내는 데는 성공했어요. 하지만 '방향'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글쎄요."

박 위원장은 70년간 이어져온 흐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그 흐름을 크게 틀어 생명 존중의 길로 들어서려면 공동체가 굳은 의지를 갖고 몸부림치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은 참사를 수습하는 데 집중했다면 1주기는 혁신적인 변화의 길로 나아가는 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차원에서 '생명존중헌장'을 만들 계획이다.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잊고 사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담으려 한다. "어린이집부터 초·중·고교, 대학교는 물론 노인대학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생명의 중요성을 거듭 떠올리고 실천할 수 있는 다짐을 정리하려는 겁니다. 정부가 안전정책을 만들 때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10주년을 맞는 11월쯤 발표할 계획이다.

내과의사인 박 위원장은 샘병원 의료원장이다. 단원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준비하다 배가 기울며 화상을 입고 구조되지 못한 조리사 김모씨의 유족을 치료했다. 김씨는 세월호 희생자 중 290번째로 발견됐다. 두 딸과 아들은 직장도 팽개치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팽목항에서 수많은 시신을 보며 2개월을 보냈다. 그들에게 어떻게 위로를 건넸는지 물었다.

"어쭙잖은 말로는 위로할 수 없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갖지 않도록 늘 곁에 있어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진심으로 같이 아파하고 슬퍼해주고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로마서 12장 15절)는 말씀대로 동행해야 할 겁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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