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위철환] 방산비리 재발 방지책 절실하다 기사의 사진
1996년 문민정부 시절, 무기 수입과 관련해 로비스트 린다 김의 활동에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이 연루돼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는데 비리 역사마저도 반복되는 것인가?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난 2월, 아들이 설립한 요트회사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가 드러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방산비리로 구속 기소됐다. 또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마저 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같은 달 사퇴한 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지난달 22일 구속 수감됐다.

통상적으로 방위사업청이 진행하는 대형 무기 구매사업의 경우 최초 소요계획을 잡을 때는 각 군의 요구가 많이 반영된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합참의장이 주재하는 합동참모회의와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비춰 황 전 총장의 범행 부인에도 불구하고 해군참모총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합동수사단이 지금까지 구속한 계급장 별 숫자가 20개이고 적발한 비리 규모도 1981억원에 이른다. 거물급 무기 중개상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 군의 무기수주·납품과 관련된 각종 비리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수뇌부의 방산비리 적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야기시킨다. 첫째, 국가 안보에 치명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전은 첨단무기의 우열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기 구입에 있어서 부정부패가 개입되면 정상 성능을 가진 군사무기를 구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본래부터 기능적 결함을 가진 무기를 가지고 전쟁에 임했을 때 백전백패의 위험에 처하게 되고, 결국 국민 생명과 국가 안위는 보전할 수 없게 될 운명을 맞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 군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되면 군 조직도 와해될 것이고 민심도 상실하게 된다. 군 장병들과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군 수뇌부가 부정부패의 본산이 돼 있는 마당에, 군대 수가 아무리 많고 값비싼 무기를 도입한들 그 군대조직이 제대로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고 민심을 얻겠는가. 실로 통탄할 노릇이다. 예전 중국 대륙에서 내전이 벌어졌을 때 장제스 국민당 군대는 마오쩌둥의 공산당에 패전해 중국에서 쫓겨난 사실이 있다. 패전 원인이 국민당의 부정부패 때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셋째, 국민들의 심리적 허탈감 유발이다. 일반 국민들은 밤낮으로 일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도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무기 중개상이나 군 수뇌부의 부패 액수가 천문학적 숫자이니 일반 국민으로서는 분노감이 하늘을 찔러 일할 의욕을 상실한다. 나아가 이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결과에 억장이 무너진 느낌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건국 이래 최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고질적 방산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영란법’과 같은 실체법 정비뿐만 아니라, 이참에 아예 홍콩의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 같은 부패방지 기구를 도입해 볼 만하다. 다시는 방산비리 같은 적폐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있다.

위철환 전 대한변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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