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탈스펙 채용과 관련, 걱정했던 사안이 현실화됐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지난달 24일 출신 대학이나 학점 등 스펙을 묻지 않고 올해부터 직무능력 위주로 신규 인력을 뽑는다고 밝혔을 때 또 다른 스펙이 요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 기관이 채용 기준으로 삼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스펙 쌓기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NCS 사교육’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일보 보도(4월 6일자 10면)에 따르면 서울 종로의 한 취업학원은 NCS 과정을 개설하고 2개월에 100만원, 6개월에 210만원을 받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최근 NCS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당혹해하는 것은 NCS가 뭔지,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낯선 내용이라는 점이다. 이 교육과정이 전문대 70여곳에는 도입됐지만 4년제 대학에는 전무하다. 이러다보니 가르칠 교수도, 배울 학생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다. 결국 취업준비생 스스로 준비해야 되는 셈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과도한 스펙으로 인한 개인 및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탈스펙 채용을 도입하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없이 그대로 시행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원래 의도와 다를 뿐더러 오히려 취업준비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만 안길 뿐이다.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이다. 매년 수만명이 취업을 위해 길게는 수년씩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절박한 처지를 노린 NCS 상술이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용노동부가 부처 합동으로 전국 대학들을 순회해 정보 부족을 해소해 나간다고 밝혔으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온라인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된다. 경영이나 공학계열에 비해 원천적으로 직무능력 적합성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불이익을 보정하는 대안도 요구된다. 밀어붙이기 식 시행에 앞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대책을 먼저 세워야 스펙 폐단 극복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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