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청년 해외 취업, 선택 아닌 필수다 기사의 사진
요즘처럼 우리 청년들의 해외 취업이 절실하게 와 닿은 적이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진출’ 의제가 아니더라도 국내 젊은이들의 해외 취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형국이다.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될 이유는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땅에 일자리가 줄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경제 규모는 커지는데 일자리가 축소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용유발계수는 2005년 16.3명에서 2010년 13.9명, 2012년 13.2명으로 줄었다. 이 추세라면 2013년에는 13명 미만, 작년에는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어치 매출이 발생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청년층(15∼29세) 실업률 11.1%는 이런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2월 청년실업률이 특히 심상찮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될 소지가 높다. 1996년 발간된 ‘노동의 종말’에서 ‘고용 없는 성장’을 예견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통해 현재의 산업 구조로는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 온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은 커가는데 고용은 늘지 않는, 오히려 줄어드는 실태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싼 해외에 제조시설을 세우거나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 인력을 감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용을 늘리려면 내수 기반인 중소기업을 육성하면 된다. 그러나 지표상의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정책 기조를 바꿀 리 없다. 또 임금 등 대기업과의 근로조건 격차가 워낙 커 청년들의 선호도도 낮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점점 줄어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청년들끼리 자리 싸움을 하는 셈이다. 취업을 위해 수십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몇 년씩 준비하는 것도 예사다.

나라 밖을 보면 길이 보인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에서 시작한 글로벌 청년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대부분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 좋은 사례다. 김 전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분이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과 또래들이 한국의 대기업에서 보낸 시간은 미래에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한걸음 더 나가 해외 취업이 아니라 해외창업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일성으로 “청년실업 해법은 해외 제조업 창업”이라고 확언했다. 가나와 몽골에서 창업에 성공한 지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청년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회원 기업들이 적극 돕겠다”며 구체적인 방식도 제시했다.

청년들의 해외 진출이 쉬운 것은 아니다. 초·중·고에서 입시교육, 대학에서 취업 준비에 몰두해 온 이들이 낯설고 척박한 환경에 도전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번듯한 국내 대기업에 취업해야 제대로 된 사람대접을 하는 풍토도 해외 진출 의지를 꺾는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격려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언제까지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매며 그것이 마치 인생의 전부인 양 여기는 청년들을 지켜볼 수 없다.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이 박수 받는 나라, 바로 선진국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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