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신고 민요를?… 파격 입은 국악, 대중 속으로 기사의 사진
이희문은 경기민요를 바탕으로 재담, 퍼포먼스가 뒤섞인 독특한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복을 벗어던지고 가발과 하이힐 등을 착용한 도발적인 모습으로 종종 등장한다.이희문컴퍼니 제공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승된 경기민요는 서정적이고 맑은 소리가 특징이다. 워낙 높은 음이 많은 탓에 여자 소리꾼들이 유독 많다. 그런데 최근 경기민요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남자 소리꾼이 등장했다. 단순히 남자라는 점 외에도 기존 국악계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통해 화제를 모으는 이희문(39)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희문이 오는 11∼12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자신이 만든 ‘오더메이드 레퍼토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쾌’를 공연한다. ‘쾌’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열리는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경기민요와 재담,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무대다. 한복 대신 가발과 하이힐 등 튀는 복장을 한 그가 국악과 일렉트릭이 섞인 밴드와 함께 ‘잡스러운 쇼’를 보여줄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기존의 전형적인 전통공연을 ‘기성복’이라고 한다면 내 스타일에 맞게 만든 것을 ‘오더메이드 레퍼토리’라 지칭했다”면서 “전통예술을 가지고 무대 위에서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전통을 현재 우리 것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무용계의 튀는 안무가 안은미와 저명한 작곡가 장영규가 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번 공연은 오더메이드 레퍼토리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잡’보다 더 실험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사실 그의 이력은 기존의 국악인들과 많이 다르다. 경기민요 이수자 고주랑씨의 아들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미디어영상 공부를 해왔다. 일본 유학 뒤 한국으로 돌아와 뮤직비디오 업계에서 일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친구로 경기민요 인간문화재인 이춘희 명창이 그의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경기민요를 권유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당시 조감독에서 감독으로 입봉을 앞두고 있던 그는 “선배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저한테 미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이춘희 선생님께서 반대하시는 어머니를 설득한 덕분에 본격적으로 경기민요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좀 더 파격적인 무대로 나가서게 된 것은 2008년 안무가 안은미와의 만남 덕분이다. 일반 대중에는 트레이드마크 ‘빡빡머리’로 유명한 안은미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스타일의 안무로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지인의 추천으로 안은미가 준비하던 무용극 ‘바리’의 오디션을 봤고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중성적인 모습과 자유로운 움직임이 안은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는 “안은미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무대 연출을 비롯해 예술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도 경기민요가 동시대와 호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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