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원전 마을’ 휴양지 되다… 원자력과 국립공원이 공존하는 英 시스케일 기사의 사진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상업용 원전 단지 셀라필드와 골프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영국 웨스트컴브리아의 휴양도시 시스케일. 도시 뒤쪽으로 원전 폐기물 재처리 시설용 굴뚝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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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온 뒤로 이곳은 완전히 다른 동네로 변모했습니다. 조용한 어촌이 이제는 영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가 됐죠.”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영국 웨스트컴브리아 지역의 시스케일. 우리나라의 서해와 비슷한 풍광을 배경으로 해변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던 조지 데이비스(69)씨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스케일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 단지 셀라필드와 골프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영국의 휴양도시다.

1947년 1월 시스케일에 핵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시설의 용도를 알지 못했다. 원전 단지가 들어선 뒤 1960년대 중반부터 가동이 본격화됐다. 사람과 돈이 몰리고 도로가 건설됐다. 호텔과 식당이 생겨나는 등 번창하기 시작했다.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쯤 셀라필드 기차역에서 작업복을 입은 많은 직원들이 기차에 올랐다. 이들은 불과 한 정거장 뒤인 시스케일역에서 내렸다.

동쪽으로 5㎞ 거리에는 영국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인 레이크 디스트릭트가 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인 윈더미어를 비롯해 열여섯 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깊은 계곡, 높은 산들이 어우러진 천혜의 휴양지다. 195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동서로 50㎞, 남북으로 40㎞에 이르는 면적에 걸쳐 있고, 연간 1200만명의 방문객을 맞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선정한 ‘여행자가 일생동안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에 뽑히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원전 단지와 인접한 시스케일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시스케일의 편의시설과 도로 사정이 열악해 국립공원 내 숙소들만 성업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산·호수와 시스케일 바닷가를 연계한 관광 코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스케일은 북쪽의 항구도시 화이트하벤과 세인트 비즈 헤드 자연보호구역을 방문하는 관광객까지 수용하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게 됐다. 1959년 근처 드릭 마을에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면서 방폐장 직원들이 시스케일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시스케일에서 만난 안젤라 카터(37·여)씨는 “셀라필드와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시스케일에 큰 선물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원전 단지의 잠재적 위험성은 항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케일=글·사진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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