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원전은 의사에게 수술 맡길 때처럼 믿음이 필요” 기사의 사진
앤디 헌트 두산밥콕 CEO(오른쪽)와 캐머런 길모어 원자력 서비스 디렉터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두산밥콕 본사 대회의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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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의 유럽 자회사인 두산밥콕은 지난해 2월 영국 원전 운영사인 EDF에너지와 2030년까지 영국 내 원전 14기를 관리하는 장기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기업의 해외 원전 수주가 사실상 중단됐던 상황에서 날아온 낭보였다. 두산밥콕은 원전 가동이 종료될 때까지 운영을 지원하고,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하기로 했다. 장기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수주액 규모는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밥콕은 지난달 초 영국구매자관리협회(CIPS)가 실시한 지속가능성지수(CSI) 평가에서 90% 수준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영국에서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원전 건립·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신뢰, 공감대입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두산밥콕 본사 대회의실에서 두산밥콕 앤디 헌트 CEO, 캐머런 길모어 원자력 서비스 디렉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길모어 디렉터는 “원전 사업은 대중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한 번 원전이 세워지고 나면 다시 새 원전이 건설되기까지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유지·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밥콕은 그동안 원전과 보일러 분야 등에서 사업을 해오면서 안전 기록을 굉장히 잘 해왔고, 공개주의 원칙을 지켜왔다”고 평가했다. 안전과 관련된 사항을 철저히 기록하고 공개했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헌트 CEO는 투명성과 신뢰 확보는 원전 운영사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 사업은 의료행위와 유사하다”며 “주치의로부터 진료를 받거나 집도의에게 수술을 맡길 때 환자들이 온전히 믿고 가야 하는 것처럼 원전도 시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운영사와 함께 이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당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중도 관심과 참여를 통해 원전 사업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헌트 CEO는 “영국에서는 원전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지역사회에서 타운홀 미팅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며 “여기에 일반 주민들도 참석할 수 있는데 정작 남의 일처럼 보면서 귀찮다고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중에서도 원전에 대한 지식이 많은 분이 상당수 타운홀 미팅에 참여한다”며 “정부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고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다면 그들은 정부 결정을 번복시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같은 섬나라인 영국에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원전 확대 방침을 밝혔고, 국민들도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헌트 CEO는 “당시 영국 정부와 국민은 영국이 지리적으로 안정된 지역이어서 지진·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원전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합리적 판단 끝에 영국은 원전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안전지대이고, 미래 전력 수급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도 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길모어 디렉터는 “물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영국 내에서도 원전에 대해 불안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기는 했다”면서 “하지만 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부연했다. 원전 안전에 대해 더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히려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글래스고=글·사진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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