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안심전환대출 뒤집어 보기 기사의 사진
안심전환대출 판매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 하지만 1% 포인트 정도의 금리 혜택에 대해 불과 두 주 남짓한 기간에 34조원의 대출이 이뤄질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보니 수입은 제자리인데 어김없이 찾아오는 대출상환 기일에 맞추느라 빚진 사람들의 삶이 팍팍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변동금리이고 이자만을 갚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34조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출 원금이 줄어들어 외부 충격을 보다 잘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됐다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야 할 정책의 성과라고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사물을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제학자의 삐딱한 시선이 고개를 내민다. 역설적이게도 안심전환대출의 성공적인 판매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안심전환대출에 힘입어 25% 수준에 불과하던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이 35%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것은 나머지 65%가량은 여전히 종전의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했다는 것은 이들이 원금 상환은 언감생심이고 이자 갚는 것도 버거운 처지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대출자들이 벌어서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올라 빚이 해결될 수 있도록 기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인 것을 의미한다.

금융사들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무시하고 담보만을 보고 대출한 것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그럼에도 금융정책 당국이 1년을 시한으로 허용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DTI 규제로 인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조달이 막혀 주택수요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장기로 대출을 받는다면 특수한 지역에 소재하는 고가 주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산층은 DTI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에 필요한 충분한 양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더하여 오로지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대하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비수와 같은 규제가 될 것이므로 DTI 규제에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구매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별다른 근거 없이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정책 당국도 그러한 논리에 오도돼 지난해 4월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이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대출 구조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상당 부분 부정되는 부작용을 목도했다.

DTI에 상한을 두는 것은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대출을 함으로써 대출자를 보호하고 금융사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금융규제 수단이다. 부동산 경기 진작이 필요하면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는 금융규제 수단을 만지작거려서는 안 된다. 차제에 DTI 규제 완화를 연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안심전환대출로 확보한 성과를 지키고 소득을 통한 상환능력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대출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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