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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그런 정치인은 없다

“성완종 파동으로 私心만 난무하는 여의도 정치권의 추악한 단면 재확인돼”

[김진홍 칼럼] 그런 정치인은 없다 기사의 사진
친박 인사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몇 사람을 천거한 적이 있다. 대선 캠프나 대선 뒤 정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려고 지금까지 나를 도왔습니까?” 박 대통령은 감사하다는 말은커녕 야단만 쳤다. 그가 자기사람들을 대통령 주변에 심어 세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제대로 짚었다. 대통령을 돕기 위해 능력 있는 인사들을 추천한 것뿐이라고 설명해도 그들이 중용되는 순간 그들을 통해 더 큰 권력을 쥐려 할 소지가 다분한 게 정치현실인 탓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원들 중 사사로운 욕심 없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이는 없을 거란 얘기다. 사람들을 만나도 그 사람이 경제적으로 혹은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산 결과에 따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과 표, 자리는 의원들의 공통 관심사다. 특히 ‘검은돈’의 유혹에 약하다. 돈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정치인이 있을까.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게임인 선거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그가 건네는 돈은 덥석 받기 마련이다. 입법 권한을 이용한 후원금 챙기기, 공천헌금 등의 구태도 여전하다.

‘성완종 게이트’ 이면에는 이런 암울한 정치풍토가 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초등학교 중퇴 학력에도 기업인으로 성공한 것은 정치권의 두터운 인맥 덕분이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정치인들과 접촉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 만든 ‘충청포럼’을 통해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 밥도 먹고 돈도 주었다는 게 정설이다. 기업은 성장했다. 충청지역에서의 정치적 기반도 꾸준히 다졌다. 자금력과 특정 지역에서의 영향력 등 정치인들이 매력을 느낄 법한 조건들을 갖췄다고 하겠다. 박근혜정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 친박 실세들이 그와 접촉한 까닭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뤄진 만남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을 듯하다. 만남의 목적은 달랐겠지만 성 전 회장도, 실세들도 각자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검찰 수사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성 전 회장이 야당 중진들과도 친분을 유지해온 데다 그가 다른 의원들에게 차명 후원금을 ‘쪼개기’ 방식으로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타기’라고 지적한다. 온당한 측면이 있다. 성 전 회장이 지목한 8인에 대한 수사가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8인 수사로 한정돼야 한다는 건 옳지 않다. ‘성완종 게이트’는 정치권의 부패불감증에 경종을 울리는 전기가 돼야 한다. 그가 20여년간 정치권에 100억원 이상을 뿌렸다는 증언까지 나온 마당이다. 성 전 회장에 의해 하루아침에 ‘의리남’이 돼 버린 새누리당 의원 4명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지 않을까. 성 전 회장이 준 만큼 뭔가 도움을 받았다는 뜻일 수 있으니 ‘배신남 8인’보다 더 나쁠 소지가 없지 않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노무현정부 시절 이뤄진 성 전 회장에 대한 두 차례의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논란도 검찰이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성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신뢰’와 ‘의리’를 여러 번 언급했다. 실세들에게 인간관계에서 또는 서로서로 돕자는 의미에서 또는 사랑하고 아껴서 돈을 주었는데 그들은 정작 자신을 내팽개쳤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신뢰와 의리에 대한 고인(故人)의 인식이 그다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사심 없고, 믿음(信)과 옮음(義)을 목숨처럼 중시하는 정치인도 없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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