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성완종 사태’에서도 얻는 게 있어야 기사의 사진
현직 국무총리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 등 살아 있는 고위 권력들이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나라 망신이라는 개탄의 소리와 국정이 마비되지 않을까 걱정의 소리가 높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필자는 일시적으로 나라가 망신스럽고, 국정에 혼란이 오고, 정권이 타격을 입더라도 그 처리에 따라서는 이번 일이 장기적으로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주의가 다 그렇듯 우리는 여러 차례의 쿠데타를 경험한 뒤 쿠데타를 추방했으며, 민주투사의 고문치사를 경험한 뒤 고문의 폐해를 줄였고, 현직 대통령 등의 천문학적 부정축재를 경험한 뒤 권력자들의 부정축재 규모나마 축소할 수 있었다. 쿠데타, 고문, 부정축재 등 그 불행한 사태들에 사후일망정 극약 처방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본 것이다.

우선 이번 사건은 성씨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또 돈을 받은 사람이든 안 받은 사람이든 정치인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돈을 준다고 덥석 받을 게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웠을 것이다. 돈에 관한한 건망증이 심한 게 정치인들이라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정치권이 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다음은 박 대통령이 약해진 리더십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27일까지로 잡힌 중남미 순방을 마친 뒤 이완구 총리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 진행과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은 이미 이 총리가 그 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또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만일 검찰 수사가 돈을 받은 쪽으로 진행된다면 박 대통령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을 떠나서도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돈 받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하루라도 빨리 총리 직을 내놓도록 하는 게 옳다. 그렇게 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해서도 추상같다는 이미지를 살리고 검찰의 독립성 확보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기에 따라선 박 대통령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검찰이 권력에 약하다는 인식을 씻고 독립 검찰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검찰로서는 최고 난도의 시험문제를 받아든 셈이다. 성씨가 세상을 뜨면서 살아 있는 권력들의 명단을 던져주며 그 의미를 풀어보라고 한 것이다. 힌트는 명단 옆에 적힌 액수와 경향신문 인터뷰 내용이다. 돈을 줬다는 얘기지만, 받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줬다는 이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며 뚜렷한 증거도 없으니 대질신문을 할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까지의 버릇대로라면 검찰로서는 대통령 의중을 살피지 않을 수 없고 상대는 그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수사 진행에 따라서는 국정과 정권에까지 예측불허의 영향을 미칠 초대형 태풍이 될 수도 있다. 검찰을 또 어렵게 하는 것은 수사가 초입인데도 국민 다수가 성씨 주장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난제 속에 검찰이 갈 수 있는 길은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의 약속대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하는 것밖에 없다. 특검을 하고 새로운 증인이 나와도 수사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검찰이 성씨 편에 서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사 관계자들은 검찰의 새로운 상을 세우기 위해 일신상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정치와 검찰이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면 성완종 사태가 전혀 무익한 것만은 아닐 터이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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