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지방혁신 三法 기사의 사진
한국사회는 위기다. 인구감소, 고령화, 성장정체, 양극화, 재정압박 등 사방에 우울한 시나리오 천지다. 각자도생 속에 공공성 인식은 약화되며 국가의 신뢰와 권위 또한 바닥이다. 구매력 평가로 계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11달러로 선진국에 가깝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 2위, 빈곤 갭 3위, 자살률 1위 등 행복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재벌 중심 성장 모델로는 불가능하다. 그들이 한국경제의 최전선을 지켜왔던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국민경제가 발전할 리 없다. 산업의 최전선과 후방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 이제는 ‘밑’으로부터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마을과 골목으로부터 다양한 혁신의 실험이 기획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공동체적 참여와 배려가 작동되어야 한다.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이며, 공동체의 복원이며, 신뢰사회의 구축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마을과 기초지자체 주민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산업, 교육, 복지, 의료, 문화 등 각종 문제를 지역 단위로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서는 광역 단위의 발전 계획을 세우고(제7조), 이것을 지역발전위원회가 심의(제22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혁신 공간으로서의 기초 단위(군·구·읍·면·동)에 대한 계획은 부재하다.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성격은 공단 설비조성 등과 같은 대형 사업에 치중할 가능성을 크게 한다. 주민참여, 골목상권, 지역복지 등의 각종 과제는 마을과 기초 단위에서 제대로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다. 마을 주민 스스로 마을경제와 복지의 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 그리고 기초지자체가 각각의 계획을 종합하는 것이 지방 발전의 선결과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성과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보조금 배분을 차등화하는 견제 수단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이 모든 것을 (가칭)지방발전법이라는 형태로 정리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지방자치의 형태도 지역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지방의회 및 지방정부 형태를 주민 스스로가 결정한다. 지역을 중심으로 사고한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상당히 오랫동안 교육과 실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민 스스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할 정치체계 또한 결정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책임 있는 지방자치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을 포함한 새로운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민 참여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하고 소비하는 단순한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아니다. 때로는 무상노동의 자원봉사자이며 좋은 일에 대한 기부자이기도 하다. 그러면 자원봉사와 기부는 어떻게 활성화되는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투명성이다. 현재의 시민사회단체 회계장부는 과연 믿을 만한가. 정부의 비영리 단체 및 자원봉사 활성화 지원금은 투명하게 운영되는가. 아쉽게도 이 모든 것을 판단할 정보는 너무나 부족하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영국의 자선위원회와 같은 시민공익위원회 설치가 요구된다. 주민 참여와 혁신을 통한 발전이 한국에 부과된 새로운 시대적 요구라고 한다면 당연히 관련 정책 및 법 체계는 정비되어야 한다. 지역민 스스로가 발전 모델과 정치체계를 결정하는 ‘지방발전법’과 ‘지방자치법’, 그리고 시민 참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시민공익위원회법’이 시급한 이유다.

김종걸(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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