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NCS는 ‘제2의 스펙’ 아닌 맞춤형 취업 길라잡이” 기사의 사진
박영범 이사장은 “지금과 같은 스펙 중심의 채용방식으로는 변화하는 고용시장에 대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NCS를 통한 채용방식이 청년실업을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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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학벌과 학점, 외국어 능력,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 중심의 채용 방식 대신 업무 적합성 등을 바탕으로 사람을 뽑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 130개 공공기관이 올해 NCS를 이용해 3000명을 채용키로 한데 이어 2017년까지는 모든 공공기관이 도입한다. 점차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새로운 채용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NCS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려지지 않아 구직자들은 혼란스럽다고 한다. “또 다른 스펙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NCS 개발을 주도했고 이를 확산시키는 데 매진하는 박영범(58)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지난 15일 서울 당산동 공단 서울남부지사장실에서 만났다. 울산본사에서 이날 오전 올라왔다는 그는 “청년실업은 1∼2년 안에 단기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채용시장의 근본부터 바꿔야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NCS는 닫힌 노동시장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CS가 뭔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말하면 ‘간판’이 아닌 ‘능력’ 중심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기준이다. 지금 고용시장은 승자독식이다. 사용설명서(specification)를 뜻하는 ‘스펙’이 돋보이는 사람들이 취업도 사실상 독점한다. 이러다보니 막상 기업에서는 많이 쓰이지도 않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쏟는다. NCS는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지식, 기술, 태도 등의 능력 수준을 정부가 표준화한 데이터베이스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NCS는 전 산업을 예를 들어 금융·보험, 경영·회계·사무처럼 모두 24개로 나누고 이를 다시 직종 등에 따라 857개로 구분한 다음 각각의 직무에 대해 수준별로 1에서 8까지 등급을 매긴다. 구직자가 지원을 하면 이 기준에 따라 몇 등급인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벌, 외국어 능력 같은 것보다 취업하려는 곳의 업무에 어느 정도 적합한지가 평가의 중점 요소가 된다.”

-또 다른 스펙이란 지적도 많다. 국민일보 보도(4월6일자 10면)에 따르면 벌써 NCS를 가르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만큼 젊은이들에게 취업이 절박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NCS는 학원을 다닌다고 특별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원이 기업이 요구하는 적확한 직무능력을 가르칠 수 없다. 그동안의 입사시험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대비한다고 성과를 거둘 수 없다. NCS는 ‘무조건 쌓고 보자’는 식의 ‘제2의 스펙’이 아니라 취업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길라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

“우선 지난 2월 초 NCS 홈페이지(www.ncs.go.kr)에 공개된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 방안’을 참고하면 된다. 여기에 NCS를 기반으로 한 자기소개서, 필기평가, 면접문항 등의 예문을 보면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이 임박한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기관의 채용공고를 통해 그곳이 요구하는 요건을 파악하고 직무에 어느 정도 적합한지를 NCS 사이트 내 경력개발 지원 코너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특히 해당 기관의 비전 및 핵심 가치, 인재상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좀 전에도 말했지만 NCS는 종래의 입사시험처럼 그렇게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취업하고자 하는 곳과 자신의 관심, 능력 등이 부합하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시 말해 ‘무엇을 아느냐(What you know)’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What you can do)’가 관건이다.”

-산업인력관리공단은 이미 NCS를 토대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어떤 문제를 출제했나.

“행정 분야 지원자들에게는 문제해결 및 직업윤리 정도를 가늠하는 문제를 면접시험에서 냈다. 예를 들면 ‘회사 창립기념 나무심기 행사에 예상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원만 참석했을 경우 당신이 행사 주관부서 직원이라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회사 행사 과정에서 임대한 기물이 파손됐다. 이를 수리해야 되는데 회사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등을 물었다. 이를 통해 행정직에 요구되는 업무 역량과 수행 태도를 판단했다. 단순한 지식보다는 학창시절 동아리나 팀 프로젝트 등 단체생활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것이 결국 회사 업무와도 그대로 연결된다.”

-NCS는 산업별로 구분돼 있어 특정 업종을 가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과거에는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사실상 힘들다. 취업 기회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특정 대상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무조건 준비하는 것은 낭비다. 자기에게 맞고 원하는 곳을 중심으로 대비해야 본인은 물론 해당 기업들에도 득이 된다. 우리 공단의 경우 올해 들어온 101명의 이탈률은 1.9%로 지난해 8.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그만큼 조직몰입도가 높다는 얘기다. 이는 본인과 기업 모두에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NCS는 민간 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 반응이 어떤가.

“삼성은 이미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과 비슷한 직무중심 방식으로 인재를 뽑고 있고, SK그룹도 외국어 성적, 해외 연수 등 스펙 관련 항목을 입사지원서에서 삭제하는 등 민간의 채용 패턴도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고용노동부와 우리 공단이 현대차, 롯데, CJ 등 대기업 채용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달 중으로 30대 대기업과 NCS 채용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으로 있는 등 민간 기업들도 앞으로 본격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공공기관과 주요 대기업이 모두 NCS를 활용하게 됨으로써 채용 방식에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대학 교육과의 연계성이 낮다는 점이다. 4년제 대학들은 NCS 기반 취업 관련 교육이 전무하다. 보완책은 뭔가.

“전문대학 100여곳은 이미 NCS 기반 현장중심형 교육과정으로 전환했다. 일부 4년제 대학도 특성화 및 교과과정 접목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구한의대 등 14개 대학은 대학과 산업체 현장 훈련을 병행하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대학의 교수들이 다소 반발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이는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했듯 청년 해외 취업이 화두다. 공단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양적인 접근에서 질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노무직 등 낮은 일자리를 대량 제공해 양적 성과만 높이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다. 또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민간 운영기관에 대한 평가를 엄정히 해 역량이 부족한 곳은 과감히 정비하겠다. 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취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취업 경쟁력이 높은 대학을 거점 대학으로 육성,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인재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해외의 경쟁력 있는 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 최근 독일 상공회의소를 통해 독일에 15명이 인턴으로 가기로 확정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또 서울시와 협혁해 서울시내에 해외취업지원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해외 진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해외 진출 포털 사이트인 월드잡플러스를 5월 중 개통할 예정이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평생직업이 중요하다. 공단은 어떤 역할을 하나.

“우리 공단을 아직까지 자격검증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아는 분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 양성, 중장년 취업 아카데미 등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란 말에 걸맞게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구직자, 실직자, 중소기업 근로자, 중장년층 등을 위한 업무에 더욱 주력하겠다.”

-올해로 공단 창립 33주년을 맞았다. 현안은 뭔가.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NCS 활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다. 특히 NCS가 단순히 채용에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사관리, 교육훈련 등에서 폭넓게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만간 조직 개편도 단행하려고 한다. 한편으로 일학습병행제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1만개 기업에 7만명의 학습근로자를 육성하는 것도 목표다.”

만난 사람=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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