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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영어 사교육비 급증이 저출산 부추긴다

만6세 미만 영·유아에게 들어간 사교육비가 지난해 3조2289억원으로 2013년에 비해 22.2%(5874억원)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22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1인당 사교육비도 월평균 10만8400원으로 전년보다 2만9500원 늘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000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다.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에도 불구하고 가계에선 유독 영·유아 사교육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공공보육이나 정부지원 민간 보육 프로그램 및 유치원 교육의 양과 질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부모가 지불하는 영·유아 사교육의 과열은 아이의 정서와 가계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 그 부담은 또한 저출산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다.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유아 사교육비는 주로 영어놀이학원, 문화센터, 학습지 등에 쓰인다. 사교육이 특히 영어에 편중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방과후 특별활동의 영어 과목 참여율이 유치원은 63%, 어린이집은 84%였다.

언어학자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언어 환경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이와 영어 능력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자격 있는 원어민 교사 수도 수요에 비해 절대 부족해 조기 교육의 효과도 매우 불확실하다. 또 우리나라 성인의 절대 다수는 직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영·유아 단계에서 영어뿐 아니라 학습 위주의 조기 교육의 숱한 부작용은 이미 교육학계에서 검증이 끝났다. 정부는 영·유아 교육기관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놀이 위주로 다양화하도록 규제에 나서야 한다.

특히 부모들이 정신차려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특유의 지나친 교육열이나 과시적 육아 경쟁은 영·유아 사교육을 부모 개인의 결단만으로 풀기는 어려운 사회문제로 만들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도 사람을 뽑을 때 외국어가 꼭 필요한 직종만 그 능력을 요구하도록 하는 게 합당하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중심을 잡고, 적어도 영어놀이방이나 영어유치원이 유행하는 건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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