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주목! 이 클리닉] ⑩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팀 기사의 사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송지은·손가현 교수팀이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와 조산아(미숙아) 집중치료실에서 조산아 합병증 예방을 위해 어떤 처치가 필요한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가현·이근영·성태정·송지은 교수. 구성찬 기자
아이를 낳고 싶어도 유산, 조산 등으로 쉽게 갖지 못하는 여성의 심정을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늠하기 어렵다. 부부 모두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고, 시험관아기 프로그램 등 별짓(?)을 다했는데도 아기를 갖는데 거듭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듯 가임기 여성이 아이를 갖고 싶은데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난임, 불임으로 임신 자체가 잘 안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또 어떻게든 임신은 되는데 안타깝게도 유산, 사산 등으로 아이가 잘못되는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의 중간지대 쯤에 해당되는 이유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지 않게 임신을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임신 중기(14∼27주) 때 자궁경부가 미리 벌어지는 바람에 아직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한 태아를 낳게 되는 경우다. 이른바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조산이다.

자궁경부무력증은 대부분의 임신부가 유산 위험이 사라졌다고 안심하기 쉬운 임신 중기(14∼27주)에 양수가 흘러 ‘이슬이 비친다’거나 배가 아픈 진통 같은 특별한 경고사인도 없이 자궁경부가 열리면서 미숙아를 분만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본격적으로 눈, 코, 입 등 장기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아이를 잃게 되는 것이라 임신 3∼4개월 이내 유산을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좌절감이 커서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62) 교수팀은 자궁경부무력증 산모와 가족에게 온전한 2세 탄생의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는 의료진이다. 이 교수팀은 자궁경부무력증 산모가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돕는 국내 유일의 자궁경부무력증클리닉을 17년째 운영 중이다. 이 교수팀은 1998년 양수 감압 후 아기집(양막)을 제 위치로 안전하게 되돌려놓는 응급 자궁경부무력증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술해 귀한 생명을 구했다. 이후 지금까지 조산 위기에 처한 임신중기의 태아 1000여명을 만삭까지 지켜 온전한 정상아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조산은 경험이 많은 의사조차 자주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기를 잃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고위험임신 질환이다. 국내에서 이 병을 다루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에서 자궁경부무력증 진단을 받은 산모는 연간 1480여명이다. 2009년의 650여명보다 2.3배가 늘어났지만 결코 많은 숫자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분만건수는 연간 40만건이 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산부인과 의사들은 자궁경부무력증이 의심되는 산모를 만나면 이 교수한테 보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 괜히 붙잡고 있다가 유산 위험을 넘겼다고 안심하기 쉬운 임신 중기에 아기를 잃게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기 쉬워서다. 또 이 분야 만삭 제왕절개 분만경험이 많은 이 교수에게 맡기면 2세 탄생의 기쁨을 산모에게 안겨줄 수 있으리란 신뢰감도 관행을 만드는데 한 몫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교수팀은 요즘 월평균 800∼1000명의 임산부를 돌본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힘이 약해져 벌어지는 자궁경부를 막아 아기의 재태(在胎) 기간을 최대한 늘려주려는 응급 자궁경부 봉합수술은 월평균 20∼30건씩 이뤄지고 있다.

이 교수팀에겐 늘 최초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양수 감압(자궁내 압력을 낮춰주는 것) 시술 후 응급 자궁경부 봉합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다. 또 양수 감염이 자궁경부무력증을 유발하는 원인일 수 있다는 것과 그 위험도를 양수 내 인터루킨-6 농도로 예측,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냈다.

아기집을 최대한 살리는 자궁경부암 절제수술을 받은 여성이 기적적으로 쌍태아 임신에 성공하자 복식(腹式) 자궁경부 봉합수술을 시도해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시키고 결국 제왕절개 분만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도 갖고 있다.

이 교수팀은 조이는 힘이 약한 무력자궁경부로 밀려나온 종이 한 장보다도 얇은 양막을 터트리지 않고 원위치로 되돌리는 T자 모양의 특수기구도 개발했다. 성공사례는 산부인과 분야 국제 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옵스테릭스 & 가이니콜로지’(AJOG) 등에 소개됐다.

그러나 이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조산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자궁경부무력증이 왜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응급 자궁경부 봉합수술을 한 뒤 재태 기간을 안전하게 만삭까지 늘리는 방법, 자궁경부무력증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조산을 예방하려면 조산 가능성을 미리 가늠하고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위험요인을 차단하거나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과거 유산이나 임신중절, 조산 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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