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최계운] 봄의 시름, 봄의 희망 기사의 사진
봄이 한창이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여섯 절기를 지나온 산하는 신록의 기운과 봄꽃 향기로 가득하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새싹이 움트고 씨앗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괜히 힘이 솟고 마음이 설레고 흥분된다. 봄이 영어로 ‘Spring’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봄은 물의 계절이다. 물이 있어야 봄은 제대로 봄 구실을 할 수 있다. 봄이라고 저절로 만물이 소생하지는 않는다. 물이 만물을 어루만져줘야 생명이 비로소 움튼다.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 사방에 봄물이 가득하고), 윤물세무성(潤物細無聲, 봄비가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신다)’ 등의 시구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물과의 씨름을 운명이자 천직으로 여기고 있는 내게 2015년의 봄은 ‘시름과 도약의 계절’이다. 시름을 얘기하는 이유는 봄 가뭄, 춘한(春旱) 때문이다. 새로운 희망을 떠올리는 것은 ‘제7차 세계 물 포럼’의 성공적인 개최 덕분이다.

오래고 심한 가뭄이다. 이달 초 황금우(黃金雨)로 부를 만한 단비가 내렸지만 충분한 해갈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봄 가뭄에 대한 시름이 특히 큰 것은 많은 이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심각해 보이는 가뭄이지만 몇몇 지방 빼고는 별다른 문제 없잖아?’ ‘곧 끝날 텐데 뭘?’ ‘과거에는 이보다 더한 가뭄도 헤쳐왔잖아?’ 등. 가뭄을 막고 이겨내어 일상의 안전과 평온을 지키려는 노력보다는 당장 필요하고 실용적인 문제에 사람들은 관심이 훨씬 크다.

그러나 가뭄은 엄연한 실제상황이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려움과 고통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가뭄의 규모와 강도, 발생주기 등이 바뀌고 있다. 지난날과 같은 방식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리권을 조정해서 물이 풍부한 지역의 물을 물이 부족한 지역으로 보내는 등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 두 마음이 하나 되면 무쇠도 끊는다고 했다. 가뭄을 비롯한 재난은 전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가장 무서워한다.

새로운 희망은 세계 물 올림픽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17일 엿새 동안의 ‘제7차 세계 물 포럼’이 국내외의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덕분에 우리나라가 지구촌 물 문제 해결을 선도하면서, 물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루려는 꿈도 그 실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남북 간 물길 잇기를 통해 분단 이후 70년을 이어오고 있는 긴장관계를 완화하려는 시도 역시 세계인의 깊은 관심 속에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스마트 물 관리 기술의 국제 물 시장 진출 또한 강한 탄력을 받게 되었다.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세계적인 물 기업과의 교류·협력 및 네트워크도 더욱 튼튼해졌다.

2015년의 봄은 이처럼 우리에게 두 얼굴을 보여줬다. 갈증에 목 타고 호수마저 바짝 말라붙은 극심한 가뭄을 보여줬다. 세계 그리고 미래와의 뜻 깊은 만남에 풍덩 빠져 새 희망에 흠뻑 젖도록 하는 ‘물 올림픽’의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이제부터 중요한 일은 선택과 행동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시름을 떨쳐버릴 것인가. 세심방환(洗心防患, 마음을 씻어 근심을 막는다)의 자세가 필요하다.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어찌 행동할 것인가. 세계와 미래로 과감히 나아가야 할 때다. 봄 그리고 물은 우리의 도전과 실천을 촉구한다.

최계운 K-wate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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