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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김종헌] 한옥에 감춰진 행복도시 비법

가정집과 직장 사무실 절반만 활용… 사회적 기능 갖춘 한옥 효용성 커

[청사초롱-김종헌] 한옥에 감춰진 행복도시 비법 기사의 사진
우울하다. 아니 슬프다. 네팔에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대 1만명이 넘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해서다. 국내외 복잡한 정치적 상황 역시 우울하게 만든다. 나에게 벌어지는 일상 역시 그리 기쁘거나 희망적이지 않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려는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꿈에 그리던 집을 마련하고 다니던 직장에서 승진하면 기쁠까? 짧은 순간 기쁠지는 모르지만 그 기쁨이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끊임없는 욕망은 기쁨과 행복을 차분히 즐길 여유조차 빼앗아간다.

도시계획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찰스 몽고메리는 그의 책 ‘행복한 도시(Happy City)’에서 행복은 만남에 의한 교제와 교류를 통해 얻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현대 도시는 자동차가 중심이 되어 만남의 기회를 끊어놓기 때문에 행복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자동차 도시를 걷는 도시로 바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시대의 아테네가 바로 그런 행복한 도시였다는 것이다.

현대 도시가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빼앗는 것은 직장과 주거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내 친구는 서울 종로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데 1시간30분이 걸린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길이 막힐 경우 2시간이 걸린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친구는 출퇴근에 하루 3시간 이상을 쓴다. 출퇴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 이상을 쓰는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5분이나 10분간의 잠을 더 자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친다.

이런 삶의 패턴 속에서 어떻게 친구들하고 한가롭게 담소를 즐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가 출근하고 나면 낮에는 집이 텅 비어 있다. 또 퇴근하게 되는 밤이면 사무실이 텅 빈다. 주어진 공간을 하루에 절반만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무엇인가 잘못 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처럼 직장과 주거가 분리되어 출퇴근이 일상화된 삶의 패턴은 산업혁명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직장과 주거가 분리되어 있는 것을 지금까지 자동차를 통해 연결했다면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통신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 몸이 움직이던 시대에서 정보를 움직이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이제 굳이 사무실로 출근해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사무실을 확보한다면 굳이 3시간이나 걸려서, 또 부족한 석유 에너지를 쓰면서까지 직장으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집에서 어떻게 사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가정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외부 손님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집에서는 집중력 있게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해법이 우리의 전통 한옥에 감추어져 있다. 한옥의 안채와 사랑채 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두 공간은 묘하게도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흔히 한옥의 안채와 사랑채를 여성 공간과 남성 공간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안채는 가정적 공간이고 사랑채는 사회적 공간이라고. 따라서 한옥을 주거 내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포용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한옥의 사랑채는 가정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찰스 몽고메리가 이야기하는 미래 주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시대 아테네 모습을 우리도 오래전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동안 잊고 있었을 뿐이다.

김종헌 배재대 교수·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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