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핀테크와 정치금융 기사의 사진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회사 수익성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데 반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금융회사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보인다. 첫째, 고객들의 니즈를 중시한다. 핀테크 등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여 니즈를 창출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개발하는 것이다. 둘째, 빅데이터와 선진 분석기법 등을 활용하여 대규모 고객 정보를 빠르고 정교하게 분석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에 신속히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결국 금융회사는 수익 창출에 성공하고 금융산업은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형식적으로 금융 자율화가 시행되었음에도 아직 높은 수준의 규제가 지속되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은 꺾일 줄 모른다. 정부의 과다한 영향력은 실제로 두 가지 문제를 지니는데, 하나는 정보의 문제이고 둘은 금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우선 정보의 문제는 첨단 및 고객 정보를 필요로 하는 금융산업에서 정부 정책의 효과성을 낮추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최근 금융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핀테크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데, 비록 핀테크가 미래 금융의 큰 방향이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방법을 정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은행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없으니 자연 우왕좌왕하게 되고 정부 정책을 쫓아가다 보면 쏠림 현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핀테크가 성공하려면 고객의 니즈 확인과 이를 충족시키는 금융회사의 서비스 즉 금융중개 서비스 수행과 연관되어야 하는데 실질적인 금융 자율화 없이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보다 큰 문제는 정부 및 정치권이 금융을 사적 이익을 위해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근래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성행하면서 전문성 부족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2013년 10월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에 부당하게 개입해 대주주의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을 강요함으로써 채권단에 110억원 상당의 손실을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정치금융, 즉 국회 정무위원회를 등에 업고 청탁을 서슴지 않았던 성완종 전 회장 측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적발하고도 즉시 고발조치하지 않은 감사원의 기회주의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외부와 윗선의 압력에 굴하여 금융회사들에 무리한 요구를 한 금감원 임직원의 경우는 더 말할 게 없다. 이것이 동양 사태로 인해 감독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할 때였음을 상기한다면 놀랍기 짝이 없다. 이들의 법적 책임은 사법 당국에서 가리겠지만 금융인으로서 도덕적 책임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밖이나 또는 위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독립성을 필수로 하는 감독기구 임직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금융회사 임직원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 개인적 불이익을 모면하기 위해 주주들과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전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에 고질적인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 개개인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외부나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누누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 또는 국민에게 돌아감으로써 금융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며 국가 금융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인들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데, 이를 돕기 위해 내부고발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해 보인다.

윤석헌(숭실대 교수·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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