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에서 어느 때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세월호 추모집회 대비 근무에 나섰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 남은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아닌 부상을 입은 경찰과 훼손된 경찰버스, 불에 탄 태극기뿐이었다.

시위대는 2011년 헌재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경찰이 불법으로 차벽을 쳐 폭력사태를 유도했다’고 주장하지만 헌재는 ‘과도한 차벽 설치’를 위헌이라고 한 것이지 ‘차벽 설치 자체’를 위헌이라고 한 게 아니다. 또 18일엔 시위대가 도로를 무단 점거한 채 불법행진을 했고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차벽을 설치한 것으로 적법하다. 혹자는 차벽을 굳이 설치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묻는다. 그럼 이렇게 되묻고 싶다. 격앙된 인파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겪어본 적 있는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행히 25일 집회는 불법행진이 없었다. 이에 경찰도 차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우리 경찰 동료들도 이렇게 차벽이 필요 없는 성숙한 집회·시위를 꿈꾼다.

이인표(서울경찰청 21기동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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