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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히스토리] 新한·일대전, 세계의 손님 유커를 잡아라

엔저 덕분 일본行 급증… 日 엔저 무기로 유커 흡수 땐 방문객 숫자 역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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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일본대사관과 총영사관은 ‘벚꽃 시즌’을 앞둔 지난 3월 11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을 상대로 임시 비자를 준비했다. 원래 비자용지는 벚꽃과 후지산 도안이 들어간 컬러 인쇄물이었지만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급증하면서 용지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도안이 없는 임시 비자용지를 따로 마련했다. 반면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홍콩은 지난 2월 춘제(春節·음력설) 연휴 동안 중국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춘제 기간에 중국 관광객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1억명을 돌파한 중국 해외 관광객(遊客·유커)의 물줄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커의 절대 다수가 찾았던 홍콩, 마카오에 대한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는 대신 중·일 관계 악화 등으로 방문자 수가 줄었던 일본을 찾는 유커 숫자는 지난해부터 급속히 늘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이러한 변화의 수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의 손님’ 유커=유커는 1998년 843만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9818만명으로 10배 이상 불었다. 지난해에는 1억명을 넘어서며 ‘세계의 손님’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관광객 숫자 못지않게 지출액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3년 유엔관광기구(UNWT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중국 해외여행객은 1020억 달러를 지출해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아웃바운드 관광(해외 관광) 시장의 9.5%에 이르는 액수로 중국은 독일,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관광지출국으로 올라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산하연구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해외 관광객들의 지출이 498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세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인의 90%는 아시아를 목적지로 택하고 있다. 아시아 중에선 홍콩·마카오·대만 등 언어 및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덜한 국가를 목적지로 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국가 외에는 한국, 태국, 일본, 베트남이 주요 관광지로 꼽혔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비행거리로 5시간을 넘지 않는 접근성이 좋은 국가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같은 추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700만명의 중국인이 찾은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경우 중국 관광객 및 보따리상들의 ‘싹쓸이 쇼핑’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산 혁명’으로 반중 감정이 표면화됐다. 이를 감안해 인접한 광둥성 선전시는 올해 홍콩에 대한 비자 발급을 1주일 1회로 제한하기도 했다. 중국 내 반부패 캠페인 등도 홍콩 방문이 줄어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올해 춘제 기간 처음으로 홍콩을 찾는 유커가 줄어든 이후 중국 관광객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 관광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카오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숙박비를 낮추고 대규모 세일을 기획하며 유커 이탈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아울러 유커 이탈은 이 지역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워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올해 홍콩의 GDP 전망을 2.4%에서 1.6%로 낮추기도 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악화된 이후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난해부터 빠르게 회복 중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3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전년 대비 7.8%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83.3%나 증가했다. 올해는 3월까지 누적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93.2%나 늘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한·일 간 유커 확보 경쟁=한국은 그간 중국 관광객으로 인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국가로 볼 수 있다. 2012년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진입한 주요 배경에도 그해 283만명을 넘긴 중국 관광객이 있다. 이후 중국 관광객 비중은 갈수록 늘어 2012년 25.5%였던 중국 관광객 비중은 2013년 35.5%, 2014년에는 43.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러한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마카오 등지에 대한 중국인의 선호가 줄어들면서 그 지역 다음으로 많이 찾는 한국이 반사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종규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위원은 “홍콩 등지로 가던 수요를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가져오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찾는 중국인 숫자가 역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동시에 최근 유커 방문이 늘고 있는 일본이 엔저를 무기로 유커를 급속히 빨아들일 경우 한국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얼어붙었던 일본과 중국 간 정치적 대립이 다소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엔저(円低)에 따른 가격 인하의 효과가 크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관광 인프라가 한국보다 좋은 상황에서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엔저가 지속될 경우 한·일 간 관광객 숫자가 역전된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한국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문제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2월 춘제 기간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 매출을 분석한 결과 유커 비중은 2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1인당 객단가는 56만원으로 2013년(90만원)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중국 관광객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방문 숫자에 만족하지 말고 관광 수요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과거의 경우 한국은 비자 요건 완화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 일본에 비해 우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우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환율의 경우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관광 수요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고 관련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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