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정수] 리더십도 바뀌는 거야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선 야구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좌완투수 권혁의 뺨을 어루만진 것이다. 혹자는 뺨을 톡톡 때렸다고 하고, 다른 이는 애정을 담아 쓰다듬었다고도 한다. 흔들리던 권혁은 상대 타선을 잠재우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부터 한화의 사령탑을 맡았다. 한화는 그동안 극도의 침체기를 거쳤다. 최근 6시즌 동안 다섯 차례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은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3년에는 신생팀 NC에도 밀렸다. 지난해에는 정근우와 이용규 등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를 보강했지만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는 데 이골이 난 팬들은 화를 내거나 체념하거나 야구를 멀리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한화는 1일 현재 14승11패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와 김 감독은 연일 야구계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가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도 한화의 소식을 일부러 찾아볼 정도다.

김 감독은 단호한 카리스마로 명성을 떨쳤다. 그야말로 선수를 극한까지 몰아세우는 지옥훈련을 통해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약팀의 사령탑을 맡아 기적처럼 가을야구에 나서게 하는 것이 김 감독의 전매특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감독으로 꼽힌다. 투지를 보여주지 못하거나 기본을 잊어버린 듯한 선수는 가차없이 2군으로 보낸다. 이름값이 높은 베테랑 선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예전까지 김 감독은 선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식사도 함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니 ‘권혁 볼 터치’ 사건은 야구팬들을 술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올해 김 감독은 자신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자평한다. 지난 21일 LG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당시 허벅지가 좋지 않던 이시찬을 데리고 인근 경기고에서 특타를 지도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무리하지 말고 편하게 치라고 했다”면서 “요즘 내가 그렇게 부드러운 면이 많다”고 말했다. 권혁의 볼을 어루만진 다음에도 김 감독은 “2점은 줘도 된다. 천천히 던져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카리스마 리더십에 부드러움을 가미한 ‘뉴 김성근 리더십’이 탄생한 것이다. 김 감독의 이런 변모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팬들을 들썩이게 한다. 리더십의 변화가 김성근을 과거의 인물로 갇혀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야구계를 혁신하는 아이콘으로 만드는 것이다.

금융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금융권에도 김성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금융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 규제산업의 성격이 강하다. 감독 당국의 조치 하나로 금융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감독 당국은 막강한 권력 맛에 취해 금융권의 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하는 본분을 잊은 듯하다.

대통령의 모교 출신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금융사 수장에 기용되고 정권 창출에 공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은 낙하산을 타고 은행 또는 금융 공기업 임원 자리로 내려왔다. 성완종 사태에서 드러났듯 금융 당국은 개별 기업에 대한 여신 제공에까지 은행을 간섭해 왔다.

우리나라 금융권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다. 지난해 9월 3일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년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성숙도’ 부문은 80위에 그쳤다.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100위), ‘대출의 용이성’(120위) 등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 금융이 아직도 낙후된 상태임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은행 건전성’은 122위에 그쳐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철마다 금융 개혁을 위해선 금융감독 당국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금융 개혁 방안의 하나로 감독 당국의 개혁이 제시됐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은행원이 많다.

한 전직 금융 당국 수장은 “직을 걸고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누차 언급했다. 그러나 민영화가 불발된 뒤 그는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후 그는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핀테크’에 모든 정력을 쏟아부었다. 은행권에선 정작 핀테크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이를 두고 연임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그는 결국 연임을 이루지 못했다.

김 감독은 야구 인생 중 12차례나 해고당했다. 그러나 그는 “지도자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나 역시 내가 득을 보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