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르포] 폐기물 저장 소금광산 녹아내리지만 ‘대체지’ 난항 기사의 사진
독일 렘링겐 아세 소금광산 지하 658m 지점에 설치된 수분 저장 시설 곳곳에 지난 3월 24일 누수지점이 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돼 있다. 1만1000ℓ에 달하는 물을 하루 2회씩 펌프를 이용해 지상으로 끌어올리지만 최근 수분의 양이 늘어 이 저장고 하나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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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독일 렘링겐(Remlingen) 지역에 위치한 아세 소금광산. 2차에 걸친 삼엄한 경비를 지나자 갈색 벽돌로 꾸며진 아세 광산 입구가 보였다. 탈의실에서 속옷부터 신발까지 피폭 방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광산으로 향했다. 모든 출입자는 5㎏ 무게의 산소통을 한쪽 어깨에 메고 안전모를 써야 한다. 산소량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120명만 출입 가능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방사능 측정기와 손전등도 필수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8분 정도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490m 지점에 도착하자 반짝반짝 빛나는 소금 결정으로 된 광산 벽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 벽을 훑고 맛을 보자 강한 짠맛이 났다. 광산 한쪽 구석에선 2명의 직원이 시멘트를 퍼서 3m 넓이의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아네트 파리츠 아세 광산 대변인은 “광산으로 유입된 물에 의해 소금이 녹아 생긴 구멍”이라며 “크고 작은 빈공간을 매일 메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1시간가량을 걷자 30도 가까운 온도 탓에 땀이 비처럼 흘렀고, 숨이 턱턱 막혔다. 차를 타고 10분을 더 내려가자 ‘지하 658m’라는 팻말과 함께 광산 내로 유입된 물을 따로 저장해 두는 시설이 눈에 띄었다. 1988년부터 광산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물을 모아두는 곳이다. 보통 1만1000ℓ에 달하는 물은 하루 2회씩 펌프를 이용해 지상으로 끌어올려진다. 그러나 물탱크 바로 옆 천장에선 계속해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니 막을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광산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핵폐기물 묻은 광산이 무너진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물’이 핵폐기물이 저장된 층의 소금까지 녹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준위 폐기물의 경우 광산 750m 지점에서 자석을 통해 15m 밑에 마련된 저장소로 이동시킨다. 현재 1293개의 드럼통에 담긴 중준위 폐기물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 하지만 이곳도 점점 녹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자 독일연방 방사선보호청은 콘크리트나 화학물질로 광산의 빈공간을 채우거나 좀 더 깊은 곳에 동굴을 만들어 옮기는 방법 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 10명에 달하는 인부가 지하 700m 지점에서 막힌 벽을 뚫고 있었다. 터널을 파서 보다 견고한 지형으로 폐기물을 옮기려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독일 연방 정부는 결국 2010년 1월 10년에 걸쳐 40억 유로(약 6조5000억원)를 들여 폐기물을 지상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광산 지하에 있는 120대의 차량과 함께 1000여개가 넘는 부식된 드럼통을 운반하는 전례 없는 작업이다. 이나 슈텔이에스 독일연방 방사선보호청 대변인은 “인근 주민뿐 아니라 국민적 불안이 커지고 있어 하루빨리 폐기물을 옮겨야 하지만 어디로 옮길지가 확실하지 않다”며 “일단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 볼펜뷔텔시 주민들은 광산의 안전함을 맹신한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20년간 볼펜뷔텔에서 살았다는 디르크 바그너(42)씨는 “광산에서 불과 10여㎞ 거리라 운반 작업 중 방사능 누출로 도시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은 “다른 지역에서 임시 저장소 건설을 반대하면 폐기물들은 갈 곳이 없다”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주민들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곧 포화상태…어떻게?=사용후핵연료 처리공간이 부족한 건 한국도 비슷하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50t에 달한다. 원전 내외부의 임시 저장수조나 건식 보관용기 등에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원전에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총 저장 용량은 1만9095t이다. 현재 1만3807t(72.3%)의 공간이 사용 중이다. 정부는 고리·한빛·한울·월성 본부에 조밀저장대(경수로) 추가 설치와 조밀건식저장시설(중수로)을 건설하는 등의 확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확장 공사 이후에도 2024년 한빛원전부터 저장능력이 포화될 전망이다. 임시저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스텔이에스 대변인은 “실질적인 저장소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단언했다. 지형 조건과 함께 주민 반발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핵폐기물 중간 저장지가 주마다 하나씩 있는데 여기서 나온 폐기물이 아세 광산과 같은 임시 저장소로 운반되는 식이다. 독일 정부는 저장소 인근 주민들이 찾아오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운영 방식 등을 공개하고 있지만 100% 합의와 신뢰는 어려운 상황이다. 파리츠 대변인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견고한 지반을 가진 곳 주변에 사는 분들의 동의와 협력을 구하는 것이 맞는다”며 “원전을 계속 사용하든 폐쇄하든 핵폐기물 저장 문제는 반드시 따라오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렘링겐=글·사진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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