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5) 고래문화특구 울산 장생포 기사의 사진
15일 준공을 앞두고 있는 '장생포고래문화마을' 모습. 선장의 집, 포수의 집, 고래 해체장 등 1970년대 장생포 마을을 그대로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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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내에서 신여천오거리를 지나 울산항 방면으로 계속 가니 포구를 따라 단층으로 길게 늘어선 작은 마을이 나왔다. 마을에 진입하자 차도를 따라 줄줄이 주차해 놓은 관광버스들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고래의 고향’ 장생포이자 고래문화특구다. 장생포는 1986년 상업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 국내 포경 전진기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고래잡이 고장으로 유명했던 장생포는 1970년대만 해도 주민 1만5000여명 가운데 80%가 고래잡이나 고래음식점 운영 등 고래 관련 산업으로 생계를 이었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유한 마을이었지만 포경이 금지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포경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인구도 1300명대로 급감했다. 고래가 떠난 뒤 변두리엔 공장과 굴뚝이 높게 자리 잡았다. 굴뚝의 독한 연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심에 마련된 환경이주단지로 떠나버려 빈집들만 남아 있었다.

그러던 장생포가 2005년부터 ‘고래’로 부활했다. 이번에는 고래를 잡는 ‘포경(捕鯨)’ 대신 고래를 구경하는 ‘관경(觀鯨)’이다. 현재 장생포는 고래를 보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한산한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면서 지역경제도 꿈틀대고 있다. 한때 텅 비었던 장생포항 일대는 고래식당 등 현재 240여개 고래 관련 상점이 들어서 있다. 고래박물관 부근에 새로 지은 아파트와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들어와 있었다. 돈이 풀려 상권이 다시 형성되면서 주도로 인근 상가는 매매가가 2005년 이후 최고 3∼4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생포에 오는 관광객은 2005년 24만명에서 지난해 67만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고래 관련 시설의 매출도 2005년 1억2400만원에서 지난해 21억원으로 급증했다. 관광객 유입으로 장생포는 343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88억원의 소득유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지역에서 고래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권성준(45) 사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길을 가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던 장생포에 고래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장생포가 상업포경 시절의 옛 명성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는 2005년 우리나라 유일의 고래박물관을 장생포 앞바다에 건립하고 전국 최초로 ‘고래관광사업’의 돛을 올렸다. 이곳에는 선사시대 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반구대 암각화 형상과 귀신고래 실물 모형, 고래 해체장 복원 전시관, 포경선 2점 등 고래 관련 유물 총 283점이 전시돼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남구는 이어 2009년 이곳에 고래생태체험관을 건립, 돌고래 4마리를 키우며 관광객들에게 고래의 실제 생활 모습과 먹이 생활, 재롱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 고래연구소, 고래문화마을 등 고래 관련 인프라가 연차적으로 구축됐다. 국내 최초의 고래관광사업도 시도됐다. 남구는 2009년 103명을 태울 수 있는 선박을 구입, 고래관광을 시작했다. 고래를 찾는 관광은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았다. 남구는 2013년 390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크루즈선으로 업그레이드해 본격적인 고래관광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장생포는 2008년 고래문화특구 지정에 이어 2010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09년 모범우수특구상’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는 15일에는 1970년대 장생포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고래문화마을’이 준공돼 관광객을 맞는다. 고래문화마을은 총사업비 272억원을 들여 10만2705㎡ 규모로 만들어졌다. 마을에는 고래 해체장, 고래고기를 삶아 팔던 가게인 고래막, 고래 착유장 등 23채의 집이 1970년대 장생포마을 모습 그대로 들어서 있다.

장생포는 고래문화특구 지정 이후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지만 실제 주민 1374명이 거주하는 마을은 경사진 골목과 좁은 도로, 노후 건축물, 부족한 편의시설 등으로 열악하다. 올 3월 장생포마을이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주관하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으로 선정돼 4년 동안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남구는 이 지원금으로 소방도로를 개설하고 주차장 조성, 폐가를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건립, 체육시설 조성, 옹벽 및 축대 보수, 폐가 30곳 철거 및 텃밭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장생포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제2의 부흥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울산=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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