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위철환] 정치가 신뢰 받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기사의 사진
정치인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 그와 같은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성완종 리스트’로 떠들썩한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안에 휩싸여 있고, 일반 국민들은 분노와 불신으로 위정자들을 냉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돈이 든다. 그렇다고 한계도 정해놓지 않고 돈을 써도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법으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도록 정해놓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말한다. 당신이 한번 해보라고. 그 돈 갖고 되는 줄 아느냐고. 정말로 현행법상 허용된 범위 내의 금원만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건 불가능할까. 그렇다면 그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규범과 현실이 따로 가다가는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재수가 없어 폭탄 맞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봉책으로 방관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늘 허리에 실을 묶고 바느질하는 격이다.

현 제도 하에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정치 내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문제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국민의 신뢰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일반 국민들은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머지 다른 정치인들도 부적절한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완종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적절한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합리적인 정치자금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정기관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어느 정치인이라도 선거나 정치활동 과정에서 떳떳하지 못한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사정기관의 마음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들춰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결정적인 시기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을 것이다.

또 염려스러운 것은 불건전하고 비합리적인 정치자금 제도로 인해 선량하고 능력 있는 정치 신인들의 정치활동 진입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모금해야만 정치에 진입할 수 있다면 불법에 몸 담그기 어려운 선량한 사람 또는 돈 없는 유능한 사람들은 아예 정치 쪽에 발을 들여놓기도 어려울 것이다. 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그 금원 제공자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반복되면 정치 수준은 점점 낙후될 것이고 국민의 정치 혐오도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정치인들이 이른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른 소리를 내거나 정당한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큰 손실이다. 국회 본래의 기능인 견제와 비판의 소리를 소신껏 낼 수 없으니 진정한 정치활동은 실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토머스 모어도 ‘돈이 권력을 흔들 수 있는 곳에서는 국가의 올바른 정치나 번영을 바랄 수 없다’고 갈파했다.

현 상황에서 모든 정치인이 큰소리칠 수 없는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똑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형국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아예 정치자금 관계법을 정비, 국가 동력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정치자금은 최대한 현실을 반영해 그 폭을 넓히고 그 모금 절차는 투명하게 하되 법 위반 시에는 영구히 정계에서 퇴출시킬 수 있도록 엄중하게 정비했으면 한다.

정치자금으로부터 떳떳해야 정치가 바로 설 수 있고, 정치인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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