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대학을 춤추게 하라 기사의 사진
지난달 말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골프리조트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골프백을 실은 전동카트가 오가는 가운데 전국 4년제 163개 대학 소속 교수·직원들이 클럽하우스로 속속 몰려들었다. 교육부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대학 구조개혁 면접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면접장 입구에는 금속탐지기까지 설치됐다. 교육부의 호출을 받은 대학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사뭇 비장감이 감돌았다. 면접 결과에 따라 대학의 미래가 결정될 판이니 왜 아니겠는가. 생존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56만명)이 유지될 경우 저출산 등으로 2018년에는 대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게 되며 2023년에는 대학 정원이 16만명이나 많게 된다. 대학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교육부가 역설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 방법을 놓고 정부와 대학 구성원 간의 견해차는 크다. 교육부 방안은 대학을 5개 등급(A∼E)으로 나눠 A등급을 뺀 나머지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평가 항목을 보면 취업률, 정원 감축률, 교원 충원율 등이다. 대학 측은 평가 항목과 지표가 자의적이고 외형적인 것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취업률을 기반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짧은 기간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교육만이 살길이라는 대명제 하에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의 질적 발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교육 경쟁력 순위를 보면 우리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조사 대상 60개국)에서 1위를 뺏긴 적이 없고 25∼34세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율에서도 최근 5년 내리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경쟁력을 보면 35위(2010)→29위(2011)→31위(2012년)→25위(2013)→31위(2014년)로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부 지표인 대학교육을 보면 참담하다. 경쟁사회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보는 대학교육 부문에서 46위→39위→42위→41위→53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와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 각각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 ‘한국 교육을 본받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칼럼으로 우리 교육의 이런 면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는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라는 책에서 한국 교육 실태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압력밥솥’에 비유하기도 했다.

교육이 희망인 나라에서 정작 교육의 방향과 내용은 실종되고 있다는 경고음일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대학을 지금처럼 획일적인 하나의 잣대로 줄을 세우고 평가한다면 대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물론 대학 구조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한 뒤 무조건 따라오라고 강요하는 식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옥죄기에 앞서 대학을 자유롭게 춤추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스스로 활로를 찾을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대학도 탄생하지 않겠는가.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비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스위스의 유명한 철학교수였던 헨리 F 아미엘은 ‘교육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뼛속 깊이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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