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말과 글이 운명 결정한다 기사의 사진
주변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짚신을 파는 아들과 우산을 파는 아들을 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이 어머니는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 장사를 하는 아들을 걱정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는 우산 장사를 하는 아들을 걱정한다. 두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면 이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근심과 걱정이 떠날 날이 없다.

말 많으면 허물 면하기 어려워

이 이야기는 일상에서도 종종 거론된다. 최근엔 주호영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이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부모 마음처럼 위치 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하지만 반발에 직면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예심교회 김기남 목사는 이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한다. 김 목사는 최근 한 직장선교회의 수요일 예배에서 설교를 통해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역발상으로 해석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운을 뗐다.

김 목사는 “어머니가 맑게 갠 날에는 짚신을 파는 아들만 생각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우산을 파는 아들만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항상 돈을 잘 버는 아들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근심과 걱정이 쌓일 수가 없다. 생각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마거릿 대처 총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철의 여인’에서 대처 총리가 명언을 남겼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이 운명이 됩니다.” 운명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출발점이 생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생각 다음에 나오는 말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구약성경 잠언은 일상생활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언 10장 19절)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잠언 15장 4절)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잠언 16장 24절) ‘선한 말’의 자리에 ‘악한 말’을 집어넣으면 “악한 말은 마음에 쓰고 뼈에 독약이 되느니라”가 되지 않을까. 크리스천들은 물론 믿지 않는 이들도 마음에 아로새길 교훈이다.

‘생각-말-행동-습관-성격-운명’이라는 연결고리에서 ‘말’을 ‘글’로 바꾸어도 비슷한 내용이 된다. 말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생각을 표현하는 글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차량에 다양한 안내문을 달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Baby In Car.’ 차에 아기가 타고 있음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사랑스러운 아기가 타고 있어요.’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예쁜 표현이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뒤따라가면서 앞차를 지켜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까칠한 아기가 타고 있다.’ 까칠하다는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는 뜻이다. 천하보다 귀한 아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다.

대중 향한 언어폭력 자제해야

‘내 새끼가 타고 있다.’ 이건 언어폭력이다. 이 안내문을 보고 마음이 편한 사람이 있을까. 이 안내문은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안내문을 보고 자란 아이가 글을 깨우치게 되면 그 부모는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할까.

과거에 할머니들은 손주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아이고 귀여운 내 새끼”라고 했다. 이것을 욕설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표정에 진한 사랑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애정 어린 표현과 대중을 향한 언어폭력은 구별돼야 한다. 말과 글이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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