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⑫ 경희대치과병원 권용대 교수팀] 무너져내린 턱뼈 질환자 일으켜세우는 ‘드림팀’ 기사의 사진
경희대치과병원 난치성턱뼈질환센터의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구강악안면외과 이정우 교수, 권용대(센터장) 교수,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연아 교수와 전공의들. 곽경근 기자
5년 넘게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황모(70·여)씨는 얼마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위해 치아를 뽑았다. 그런데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겨 다시 병원을 찾았다.

황씨는 병명도 생소한 턱뼈괴사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한마디로 턱뼈가 썩어 무너져 내리는 중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잇몸에 생긴 염증이 잘 낫지 않는다고 여겨 병원을 찾아갔다가 중증 턱뼈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자 황씨는 몹시 놀랐다.

의사는 황씨에게 치료를 위해 그동안 복용하던 골다공증 약을 먹지 말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고농도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황씨는 썩어 무너진 턱뼈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다른 부위 뼈를 이식해 복구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동안 황씨가 복용한 골다공증 치료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이 포함된 약이다. 값도 싸고 골다공증 예방 효과도 좋아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황씨처럼 약의 장기 사용에 따른 합병증으로 턱뼈가 썩어서 주저앉는 턱뼈괴사증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턱뼈괴사증은 일반인에게는 아직까지 낯선 치과질환이다. 세계적으로 2003년에야 첫 환자가 발견됐다. 국내에 알려진 지도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턱뼈괴사증은 골다공증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고령자에게서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골다공증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턱뼈괴사증은 ① 잇몸이 주저앉아 턱뼈가 노출돼 있고, ② 골다공증 치료 목적으로 비스포스포네이트제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 ③ 턱 부위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데도 턱뼈 주위에 생긴 염증이 8주 이상 낫지 않고 지속될 때 의심할 수 있다.

발병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도 없이 잇몸 뼈가 드러난다. 틀니로 덮이는 잇몸 부위가 헐고 뼈가 드러나거나, 이를 뺐을 때 생긴 상처가 잘 낫지 않다가 염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잇몸에서 조금씩 고름이 나오거나, 임플란트가 헐거워져 갑자기 빠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를 일반적인 치과 증상이라고 가볍게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턱뼈괴사증이 진행 중일 때 바로 대처하지 못하면 나중에 뼈를 이식해도 원상복구가 힘들어진다. 게다가 임플란트도 심을 수 없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골다공증 환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장기 복용을 할 경우 턱뼈괴사증을 유발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역시 현재 우리나라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이다. 이는 급속한 고령인구의 증가로 국내 골다공증 환자와 약 복용자가 크게 늘어나고, 그만큼 부작용 경험자 수도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턱뼈괴사증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치과의사 혼자 힘으론 안 된다. 골다공증과 류머티즘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골다공증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뿐만 아니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제 역시 턱뼈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치과병원 난치성턱뼈질환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턱뼈괴사증 퇴치를 위해 구강악안면외과 전문 치과의사, 골다공증 전문 내분비내과 의사, 류머티즘 전문 류마티스내과 의사가 협진을 하는 곳이다.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권용대(45·난치성턱뼈질환센터장) 교수와 이정우(39) 교수,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핵의학) 김덕윤(54) 교수, 류마티스내과 이연아(42) 교수 등이 바로 그들이다.

2013년 7월 문을 연 경희대치과병원 난치성턱뼈질환센터는 암 치료를 위해 시행한 방사선 치료나 골다공증 치료약 및 류머티즘 치료제의 장기복용 후 발생한 턱뼈괴사증 외에 골수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 턱뼈종양 등에 의한 염증성 턱뼈질환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

경희대 치과병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들 난치성턱뼈질환을 치료하며 나름의 진단과 치료 기준을 확립했다. 권 교수는 “턱뼈에 발생하는 각종 염증성 질환을 살펴보면 일반 감염에 의한 기존의 골수염은 감소하는 반면 골다공증 약과 스테로이드제제 등 치료 약물과 관련된 턱뼈 괴사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권 교수팀이 국내에서 해마다 새로 발견해 치료하는 약물 관련 턱뼈괴사증 환자는 연평균 4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다른 병원 내분비내과 의사 또는 치과의사들이 턱뼈괴사 또는 골수염이 의심된다며 정밀진단검사를 의뢰한 환자다.

권 교수팀은 2013년부터 매년 12월 난치성턱뼈질환을 주제로 개원의 대상 연수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특별히 약물관련 턱뼈괴사증에 대한 일반 치과의사 및 내분비내과 의사들의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또 그 동안 임상연구경험을 바탕으로 골대사학회, 골다공증학회 등과 협의해 한국인 약물관련 턱뼈괴사증 진단 및 치료지침을 제정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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