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유경준] 공익과 정부 주도로 구조개혁 논의를 기사의 사진
공공, 노동, 금융, 교육의 4대 부문과 공무원연금 개혁이 길을 잃고 있다. 정권 초에 시작했던 공공 부문 개혁은 철도 파업으로 주춤해졌고, 금융과 교육 부문 개혁은 별 진척이 없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역시 공무원 노조의 반발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파행으로 와해 직전에 있다. 또한 지난 3월 말 논의 시한을 넘긴 노동 부문 개혁도 노사의 커다란 이견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합의에 실패했다. 답답한 형국이다. 향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개혁이 지지부진한 공공, 노동,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의 주체에는 공공 부문과 대기업, 공무원 노동조합이 포함되어 있다. 반대로 이들은 기득권을 가진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체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에 미치지 못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30%, 공공기업의 경우 60%를 넘는 조직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임금 등 근로조건과 고용보장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계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금번의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기득권층의 자발적 양보와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필요한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교환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은 고용보호와 임금체계에 관련된 기득권을 모두 5대 불가 항목에 포함시켰고, 정부는 이를 필수 논의 항목으로 여겼기 때문에 현격한 견해 차이로 논의가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누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 개혁의 논의 과정을 끌고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민의 동의를 받아 개혁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는 항상 국민의 동의를 받는 절차에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의견을 교환하고 그들이 스스로 타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주 위기의 상황이 아니고는 이해당사자의 자발적 합의는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겠는가.

구조개혁 논의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이유는 구조개혁을 위한 청사진의 준비 부족과 논의 방법의 한계 때문이라 여겨진다. 좀 더 자세히 언급하면 정부나 노사정위는 부처 간 이견과 정교한 개혁안의 준비 부족으로 노사를 설득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회는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대법원 판결 이후 중재하려 했으나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국회 논의도 마찬가지다. 또한 노사정위 논의는 이해당사자이자 기득권자인 노사에게 타협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했으니 제대로 논의가 전개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조개혁의 논의는 특히 청년에게 일자리 희망을 주기 위해 기성세대가 꼭 해결해야 할 책무다. 따라서 향후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는 계속돼야 하나 이해당사자의 직접적인 타협이 힘들다면 다른 구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에서 노사 이해당사자의 의사는 대부분 파악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논의 방법은 정부와 공익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만들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부처 의견을 취합한 뒤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 또한 학계를 중심으로 한 공익위원이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잘 구성된다면 여야와 노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혁안을 통해 먼저 노사에게 서로 필요한 항목과 서로 양보해야 할 항목을 적절히 교환할 수 있다. 그 뒤 노사가 자발적으로 합의하기 힘든 사항은 공익안을 중심으로 개혁이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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