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6) 집락영농 시도하는 문경 신전마을 기사의 사진
경북 문경시 신전마을의 논밭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보듬은 나지막한 야산이 펼쳐져 있다. 이 마을은 공동 생산과 판매를 하는 집락영농을 실시해 부족한 일손을 해결하고 생산성과 수익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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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IC를 빠져나와 국도와 좁은 시골 도로를 따라 30여분을 더 달려 경북 문경시 산양면 신전마을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펼쳐진 논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그리고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낮은 산,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마을회관에 나와 있던 고준모(65) ‘신왕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있는 ‘신전마을 노래비’를 가장 먼저 보여줬다. 노래비에는 마을 노래와 유래가 새겨져 있었다.

고 대표는 “이 마을은 500여년 전부터 제주(濟州) 고(高)씨의 분파인 개성(開城) 고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라며 마을이 유서 깊은 곳임을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 모델이 될 경북형 마을영농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마을”이라고 자랑을 이어갔다.

행정구역상 신전리와 영순면 왕태3리가 포함된 이 마을 주민은 대부분 고씨이고 친인척 사이다. 현재는 신전리와 왕태3리를 합쳐 70여 농가가 모여 살고 있으며 대부분 벼농사를 짓는다. 겉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이 마을이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 모델이 된 까닭은 바로 집락영농(集落營農)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락영농은 20∼30년 전 고령화, 인구감소 문제에 부닥친 일본에서 시도해 성공을 거둔 농촌 영농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기존 개별 농가 중심의 농업생산 체계를 마을 단위 공동경영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농기계 등을 함께 사용해 공동 경작을 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마을 단위 공동 생산·판매·분배 시스템이다.

신전마을은 2013년 경북도로부터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사업’ 지구로 지정됐다. 경북도는 일본의 집락영농을 우리나라 농촌에 적용하기 위해 시범 마을을 찾고 있었고 신전마을이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당시 13농가가 주축이 돼 신전리의 ‘신’자와 왕태리의 ‘왕’자를 합쳐 ‘신왕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이어 3300여㎡ 부지에 주민들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육묘장, 발아실, 집하장, 저온저장고, 건조기 등 부대시설을 설치했다. 또 정기적으로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모판작업, 모내기, 수확 등의 농사 일정을 계획하는 등 집락영농으로 체질을 바꿔나갔다. 참여하는 주민도 계속 늘어 32농가가 함께 힘을 모으게 됐다. 신전마을 전체 농가의 절반 정도가 참여한 것이다.

신전마을의 변화 움직임은 사실상 집락영농을 도입하기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벼를 재배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방식에 한계를 느꼈고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국립종자원 경북지원에 종자를 납품하는 계약재배를 시작하게 됐다. 종자 생산은 재배 과정이 더 까다롭지만 품질만 확보되면 일반 정부 양곡 수매가보다 20% 정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자 재배로 변화를 모색하던 신전마을이 집락영농을 만나면서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집락영농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민들이 함께 계획적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됐다. 종자원 경북지원은 2010년 신전마을에 25㏊ 정도의 논에서만 종자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락했지만 집락영농을 시작한 2013년 70㏊, 지난해 95㏊까지 재배 면적을 늘려줬다. 신전마을의 생산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은 경북지역에서 제일 큰 벼 종자 생산 단지가 됐다.

또 농가마다 한 대씩 갖고 있어야 했던 농기계를 같이 돌려쓰면서 최근 2년 동안 필요 없는 농기계 27대를 처분해 농기계 구입·유지 비용을 줄였다.

집락영농의 장점은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으로 경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농번기에 농가별로 농사를 지으려면 온 가족이 동원됐다. 하지만 영농조합에 소속된 32명의 성인 남성이 조합에 소속된 모든 논을 함께 경작하다 보니 추가로 인력이 필요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여성과 노인 등 잉여 노동력은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또다시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신전마을은 집락영농을 하기 전보다 3억원가량 소득이 늘어 현재는 마을 연매출이 30억원에 이른다. 자신감을 얻은 마을 주민들은 콩 양파 감자 등으로 재배 작물을 확대하고 있다.

집락영농은 농촌 공동체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개별로 농사를 지을 때는 농번기에 서로 얼굴 보기도 어려웠지만 마을영농을 통해 공동취사, 공동작업 등이 이뤄지면서 주민들끼리 더 자주 만나게 됐고 그 어느 때보다 이웃 간 사이가 좋다고 한다.

고성주(60) 신왕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은 “우리 마을의 경우 공동 생산과 판매까지는 집락영농을 하고 있지만 분배는 아직 논의 넓이에 따라 소득을 차등해 나누고 있다”며 “집락영농이 완전히 뿌리내린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완벽한 공동 생산·판매·분배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고 전국적으로도 이 영농법이 확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문경=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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