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국민연금 논란 유감 기사의 사진
국민연금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하다. 한쪽은 연금 보험료율을 현재보다 1% 포인트만 상향 조정하더라도 소득대체율을 현재의 40%에서 50%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배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너무나 큰 차이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놀랍게도 양쪽 모두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의 수지는 향후 인구구조나 경제상황, 목표적립금 수준에 대한 가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두 주장의 차이는 양쪽이 서로 다른 전제에서 출발했음을 의미하며 연금 보험료율에 대한 현재의 공방은 소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

사실 중요 변수의 미래 모습에 대한 합의가 전제된다면 기금의 수지 예측은 비교적 단순한 산술적 작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논쟁에 가세해 자신에게 유리한 분석결과를 제시하며 국민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현재의 행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즉시 중단돼야 할 것이다. 소득대체율 수준에 대한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에 기반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노후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적 수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은퇴 후 적절한 소비를 영위하는 데 필요한 소득원으로 파악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의 선택이 달라질 것이다. 국민연금이 은퇴 후 소비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현재보다 보험료 수준이 상당 수준 상향 조정돼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극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소득대체율 40%를 목표로 하는 현재의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2060년쯤 소득의 20% 정도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금보다 배가량 많은 것이다. 일부 논자들은 이러한 수준의 보험료 부담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므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세대 간 연대의 관점에서 이 정도는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미래 세대가 부담할 보험료가 과도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권리를 현재 세대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에게 세대 간 연대에 참여하라고 강요할 권한이 현재 세대에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세대 간 도적질”이라는 다소 거친 수사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관점을 바꾸어 국민연금을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한다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곤란한 처지를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으로 현재와 같은 인구구조 아래서 국민연금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은퇴 후 소득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노후 소득 확보 수단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확충으로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것으로 판단된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역할분담 체제 구축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기업과 정부는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 보장에 필수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가계는 지출구조를 합리화하고 부채를 축소함으로써 저축 여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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