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모규엽] 한화 이글스의 유쾌한 반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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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프로야구 구단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로 취재를 갔다. 현지에 아이들 옷을 싸게 파는 쇼핑몰이 있다고 해 취재를 마치고 하루 저녁 자투리 시간을 내 그곳에 갈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가지 못했다. 하필 한화 이글스의 전지훈련을 취재하는 날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한화 선수들에게는 땀과 악만 있었다. 하루 훈련 스케줄은 살인적이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타자조의 경우 오전 6시30분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8시부터 훈련이 이어졌다. 점심을 먹고 오후 4시30분쯤 훈련이 끝나자 또다시 타격·주루훈련이 이어졌다. 저녁 먹을 시간이 따로 없었다. 그런 일정을 따라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은 오후 8시가 훌쩍 넘었다. 선수들은 또다시 숙소에서 오후 10시까지 개별 훈련을 이어갔다. ‘지옥훈련’이었다. 한화 내야수 강경학은 훈련이 너무 힘들어 북받치는 눈물까지 흘렸지만 성공을 바라며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을 생각하며 글러브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2015 프로야구가 시즌에 돌입했다. 지옥훈련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들 한화의 경기에 열광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국시리즈 때 네이버 인터넷 중계 시청자 수가 15만명 정도 되는데 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한화 경기 시청자는 보통 20만명이 넘어설 정도다. 극적인 승리가 많아 팬들은 “안 보기 힘들 정도로 중독성이 뛰어나다”며 마약 마리화나를 빗대 ‘마리한화’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화 선수들이 지난 겨울과 봄, 다른 구단 선수들보다 훨씬 땀을 많이 흘렸다는 것이다. 전지훈련에서 삼성 라이온즈 등 다른 구단 대부분은 오전 오후 각 두 시간씩 훈련을 했지만 한화 선수들은 하루 14시간 넘는 시간을 훈련장에서 뒹굴었다.

한화는 개막 후 두 달이 지났지만 5할 이상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3년 연속 꼴찌를 한 팀이 채 몇 개월도 안 돼 중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우승까지 꿈꾼다.

바로 이 때문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꼴찌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사람들은 항상 약자를 응원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묵묵히 땀을 흘린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길 바란다. 한화 선수들은 바로 그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사회적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며 약자가 강자를 넘어서기가 어려운 우리 사회에서 이런 모습은 큰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우리 사회는 어떤가. 명예와 부는 아무리 노력해도 잡을 수 없다는 냉소가 지배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세대 간 계층 이동성과 교육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서울대 입학생 중 외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이 40.5%였다.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 출신은 25.2%였다. 전체 입학생 중 3분의 2가 특목고와 강남 지역 출신이라는 의미다.

부의 대물림도 마찬가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인성과 실력에 문제가 있어도 그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사람의 상전이 되어버리는 사회다.

하지만 스포츠에선 가끔 꼴찌가 노력으로 1위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지금도 한화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 이상의 노력을 쏟고 있다. 경기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특별 타격·수비연습을 한다. 정근우는 지난 3일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잇단 실책과 병살타로 부진하자 그날 밤 김성근 감독에게 펑고(수비연습을 위해 쳐 주는 공)를 받았다. 다음 날에는 자진해서 인근 고교로 가 특별 타격훈련까지 소화했다. 그러자 정근우는 다음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용규는 “그렇게 훈련했는데 지면 억울할 것 같다”며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것이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다. 배우 김상경은 최근 한 TV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예전에 한화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정말 잘나간다. 이게 바로 일상의 기적 같다”고 했다.

물론 이런 훈련에 대해 혹사 논란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그 흘리는 땀이 성공과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김 감독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고 모두에게 똑같이 기회를 주고 있다. 지도자의 역량이 합쳐져 땀 흘리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이번 주말에도 한화 경기를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모규엽 문화체육부 차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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