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아무리 급해도 지름길은 없어”… 사용후핵연료 처리 핀란드서 배운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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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쉽지 않은 것을 알지만 한국만의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핀란드의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 시설인 온칼로(Onkalo) 운영책임을 지고 있는 포시바(Posiva)사 관계자는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이렇게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핀란드의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최종 솔루션(solution·해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각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자 "아무리 급해도 지름길은 없으니 돌아갈 각오를 하고 하루라도 빨리 출발하라"고 조언했다.

◇연구와 공론화, 30년 공들인 핀란드=핀란드는 1970년대 후반 원자력발전소를 처음 시운전하면서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 티모 반톨라 원자력안전기술센터장은 지난달 22일 에스푸(Espoo) VTT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부터 핵폐기물 문제를 논의하고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장기적인 계획과 틀을 짜고 그에 따라 움직인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1978년 심층처분 방식(지하 깊은 곳에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저장하는 방식)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시작해 1983년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을 결정했다. 부지 선정 작업과 전국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지질 조사도 병행했다. 총 327개 지역을 선정해 환경 요건, 운반, 인구밀도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끝에 1987년 5개 지역이 1차로 선정됐다. 이어 이들 지역에 대한 부지 특성조사를 다시 실시했다. 이후 13년의 지역 조사와 논의를 거쳐 지난 2000년 최종 처분장을 승인했다.

◇정부 책임 하에 추진, 지자체는 거부권 보장=특이한 점은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몇 개 지역을 선정하고, 다시 그 지역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선택권이 없었다는 점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하는 일인 만큼 부지를 선정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것 등은 철저히 정부 책임 하에 진행되는 것이다. 대신 지자체의 거부권이 보장된다.

핀란드 고용경제부 리쿠 후투넨 에너지국장은 “정부가 부지로 선정했더라도 지자체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 조사에 반발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올킬루오토와 함께 처분장 부지 후보로 선정됐던 로비사(Lovisa)는 지자체가 거부권을 행사해 받아들여졌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고 지자체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공론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2001년 5월 올킬루오토 부지에 최종 처분장을 설립하는 정부안은 199명 국회의원 중 159명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10억년 이상 안정된 지하 암반이 비결”, 연구는 진행형=포시바사의 지질학자 안티 후센씨는 “우리가 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10억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된 단단한 암반지대였기 때문”이라면서 “핀란드는 지진이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에 있을 수 있는 균열 지점 등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조사가 진행돼 왔다. 온칼로 주변 지하 암반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 식으로 지질 조사를 진행, 균열이 있는 지점을 피해 터널이 뚫어질 예정이다.

장기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핵폐기물의 방사능이 사라질 10만년이라는 긴 시간 사이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이나 자연재해 등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다. 만에 하나 지하에 영구 처분된 핵폐기물을 후세대가 꺼내는 일이 발생할 경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올킬루오토 원전 부지 책임을 지고 있는 TVO사 파시 투오히마 대변인은 “핵폐기물의 방사능이 완전히 사라지는데 10만년이 걸린다지만 방사능 반감기를 계산해 보면 100년 후 방사능 수치는 현재 방사능 관련 일을 하는 작업자들의 5년간 허용 방사능량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세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처분장 표기 방식·언어를 어떻게 할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후핵연료가 뭐기에=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하고 난 뒤 나오는 우라늄 연료 다발이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이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를 원전에서 바로 외부로 꺼내진 않는다. 일단 수년간 발전소 임시 저장시설 안 수조에 담가 폐연료봉의 높은 열을 식히며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한다.

한국 원전 시설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2016년 가장 오래된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장소로 옮겨 영구 처분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직 완성된 영구 처분장이 있는 나라는 없다. 처분장을 지을 부지를 선정한 나라가 핀란드와 스웨덴 두 곳뿐이다. 이 중 실제 건설 작업에 들어간 곳은 핀란드가 유일하다.

에우라요키·에스푸(핀란드)=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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