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명품마을을 가다] (7) 전북 임실치즈마을 기사의 사진
전북 임실 치즈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젖소들에게 우유를 주는 체험을 하고 있다. 임실 치즈마을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특산물로 인해 한해 5만∼7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임실치즈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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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젖소다.” 한 여고생이 소리치자, 함께 경운기를 타고 가던 10여명의 고교생들이 일제히 눈을 돌렸다. “나는 실제로는 젖소를 처음 봐.” “나도.” “나도.”

지난 13일 전북 임실군 임실읍의 한 시골마을이 수백 명의 학생들로 들썩였다. 이들은 이날 경운기에 8∼12명씩 나눠 타고 느티나무가 줄지어선 마을을 돈 뒤 치즈와 피자 만들기, 방앗간 체험 등을 했다. 수십 마리의 산양(山羊)은 물론 젖소를 처음 보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이 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임실치즈마을’. 12년 전부터 치즈와 관련된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특산물을 판매하자 해마다 5만∼7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바람이 거셌으나 햇살이 좋았던 13일에도 울산 화암고교를 비롯 전국 4개 학교 학생과 교사 470여명이 찾아와 색다른 경험을 했다.

학생들을 경운기에 태우고 피자 체험장까지 데려다 준 주민 송문섭(65)씨는 “오늘은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7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데도 모자란다”며 “빨리 내려가 한 번 더 모셔야 한다”고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치즈를 만들고 나오던 임소정(울산 화암고 2년)양은 “신기하고 재밌었다. 치즈가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참 맛있었다. 물론 치즈돈가스 식사도…”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이 마을이 있는 임실은 대한민국 치즈의 발상지다. 벨기에 출신으로 1964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에 의해 이 곳에서 우리나라 치즈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지 신부는 특별한 소득 작목이 없는 가난한 시골의 모습을 보고 마을에서 산양 2마리를 키우며 치즈 만드는 방법을 전파했다.

30여년이 흐른 2003년 이 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해 중금, 화성, 금당 등 세 마을을 합쳐 ‘느티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치즈 관련 특화사업이 펼쳐졌다. 2007년에는 아예 이름을 ‘치즈마을’로 명명한 이후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마을은 학생들은 물론 가족들의 체험 명소가 됐다. 방문객들은 송아지 먹이주기를 비롯해 우리 밀 쿠키 만들기, 산양유 비누만들기, 풀썰매타기 등도 체험하고 치즈와 요구르트, 유기농 쌀과 채소 등을 사갔다. 견학 행렬도 국내외에서 줄을 이었다. 지난 14일 탄자니아에서 지방 고위 공무원 20여명이 방문했고, 지난달엔 몽골 지방정부와 의회 고위공무원들이 찾아왔다.

마을에서 체험과 농특산물 판매 등으로 거둬들이는 농외소득은 한해 15억 원 정도. 마을 전체 논 80㏊에서 쌀농사를 지어 얻는 소득이 8억∼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하지만 그 수익금을 개인에게 나누는 배당은 없다. 대신 갖가지 지속가능한 마을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체험 강사와 직원, 식당 할머니, 경운기 기사 등의 보수를 준다. 또 두 곳의 경로당에 노인복지금으로 1년에 200만원, 반찬값으로 매달 20만∼30만원을 지원해준다. 더불어 동네 도서관에 해마다 200만∼300만원의 운영비를 보태준다. 권봉관(34) 총무팀장은 “대학에 입학하는 주민 자녀에게 1인당 20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의 큰 재산은 활기가 넘치고 젊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마을 인구 234명 가운데 60세 이하가 65%인 152명에 이른다. 인근 초등학교 전교생 50여명 가운데 30여명이 이 마을 아이들이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을의 가장 큰 희망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이는 탄탄한 공동체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기업체나 거대한 가정같은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 이 같은 바탕에는 임실제일교회에서 시무했던 심상봉 목사가 있었다. 심 목사는 1969년 신용협동조합 운동과 1986년 ‘예가원’이란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환경농업을 실천하며 주민의 삶을 일으켜 나갔다.

이 마을은 2011년 대한민국 농어촌마을대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2006년 1만300여명이었던 마을 체험객은 2012년에 7만200여명을 기록했다. 마을에서 새로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80여명에 이른다. 그 사이 전국에는 이와 유사한 치즈마을이 50여개나 생겨났다.

마을은 지난해 4월엔 6차 산업화사업의 하나로 ‘치즈레인보우㈜’를 창립했다. 각 마을의 농가에서 생산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한우와 치즈전문레스토랑을 짓고 있다.

박진감 넘치고 유기적인 마을, 목장형 유가공을 비롯해 6차 산업을 실현해 가고 있는 마을. 이 같은 그림은 모두 주민들의 값진 땀과 열정으로 그려져 가고 있다. 송기항 임실군 부군수는 “곳곳에 사람과 활력이 넘치고,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마을이다”고 말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마을정보센터 앞에 걸린 현수막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이 마을의 표제어였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임실치즈마을’.

임실=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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