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내 모교의 문을 닫아라 기사의 사진
10여년 전 일본인이 쓴 ‘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이 있었다. 돌직구로 한국인들의 질서 불감증, 냄비 근성, 적당주의 등 단점들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필자도 맞아죽을 각오까진 모르겠으되, 고향에 가서 환영받을 생각은 아예 포기하고 죽마고우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각오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이 나와 나의 누이 다섯 명이 나온 초등학교의 문을 닫으라는 내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책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한 비판서인데도 저자가 맞아죽을 각오였는데, 필자의 글은 저를 키워준 모교를 없애라는 주장을 담아야 할 테니 배은망덕으로 욕먹어 싸다 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지방교육재정의 운용을 통해 전교생 6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 1900여개의 통폐합을 강력 추진키로 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한 학년 10명을 기준으로 한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그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은 전문가들이 정할 일이나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자는 한국전쟁 직후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교실과 선생님이 부족하여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나무에 칠판을 걸어 놓고, 그것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공부하는 2부제 수업도 했었다. 학생이 너무 많아 분교가 되기 전까지, 우리 학년은 한 반이 60명 안팎인 3학급이었고, 전교생은 1000여명이었다. 그랬던 내 모교가 지금은, 유치원생을 빼면, 전교생이 40여명이고 학생이 2명인 학년도 있다 한다. 선생님 열 분에 직원 여덟 분이라고 한다. 인근 다른 면 단위의 초등학교들도 비슷하다. 분교의 경우이겠지만 전교생이 한두 명이거나 10명 이내인 학교가 적지 않다.

정부가 소규모 학교들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재정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오래전부터 추진돼 온 이 정책은 논란이 많았다. 여론조사에서는 찬반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생님들의 절대 다수는 반대 의견이었다. 그 이유로는 해당 학생들의 장거리 통학에 따른 학습권과 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농어촌 공동화와 지역문화의 퇴보를 촉진시킨다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장거리 통학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버스를 운행하거나 기숙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소규모 학교가 유지됨으로써 사제 간에 일대일에 가까운 교육과 자연 친화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통합에 따른 단점들과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들은 많다.

그러나 필자는 통폐합에 따른 장점이 더 많다는 쪽이다. 우선 정부의 뜻대로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줄어드는 부담을 교직원들의 처우나 교육 여건 개선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선생님들의 일대일 식 가르침도 좋겠지만 친구들을 사귀는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은 평생을 두고 가장 가까운 친구로 남는다. 소규모 학교에 다님으로써 그러한 친구가 한두 명이거나 아예 없다면 그것도 삭막하지 않겠는가. 또 소규모 학교보다는 적정 규모를 갖춘 학교가 시설이나 특성화 교육 등 여러 여건 면에서 낫지 않을까 싶다. 통폐합으로 전학한 학생들의 학부모 68%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인용하면 교육의 ㄱ자도 모르는 무식한 자가 시대착오적 헛소리를 지껄이느냐고 핀잔을 들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은 마찬가지다. 90년의 전통을 가진 내 모교가 이에 해당되니 안타까운 노릇이긴 하다.

백화종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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