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 “국민연금, 신뢰도 높인다면 보험료율 인상 동의할 것” 기사의 사진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이 14일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에 대해 정부나 야당, 때로는 다른 전문가들과도 다른 독자적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배 원장은 국민연금기금의 장기재정 전망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정부마저 엇갈리는 추계들을 쏟아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적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라고 강조했다. 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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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지난 1일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에 의해 타결됐지만, 28일까지인 이번 임시국회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 지난 2일 여야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서명했고 이를 골자로 한 법안이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이라는 합의 내용의 명문화 여부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발목이 잡혀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야당 일각에서는 기초연금 원상복구를 통한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 상향조정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연금 갈등의 해법을 지난 14일 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으로부터 들었다. 배 원장은 2007년 국민연금 제도개혁 작업에도 참여한 연금제도 전문가이다. 인터뷰는 본사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과정과 성과를 평가한다면.

“큰 틀에서 볼 때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공들여서 합의한 만큼 80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제출된 새누리당 개혁안의 재정절감 목표대비 80%를 달성했다. 가장 큰 성과로 기존 수급자 36만명의 연금 지급액을 5년간 동결키로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또한 법 조항을 통해 앞으로도 긴급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일정 기간 동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과거 개혁에서는 연금액이 임금과 연동되는 것을 물가에 연동시키자고 요구하는 정도에 그쳤었다. 연금 지급액 5년 동결의 재정절감 효과는 10%에 이른다.”



-이번 개혁안의 보험료율 인상(7.0→9.0%)과 연금지급률 삭감(1.90→1.70%) 규모가 미흡해서 8년 후면 이번 개혁으로 얻는 연금 적자보전용 재정의 삭감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데.

“6년 치, 혹은 10년 치 개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때 가서 ‘지급액 5년 동결’ 카드를 다시 발동하면 된다. 연금 개혁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동원되는 것이 연금급여 동결인데, 이는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는 점에서 외과적 수술에 해당된다. 또한 연금액 지급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 2033년에는 국민연금과 같이 65세로 늦춘 것도 평가할 만하다. 연금급여 동결이 가능했던 것은 이번 ‘공무원연금개혁 국민대타협기구’에 공무원연금 수급자단체 대표가 빠진 덕분이다. 과거의 공무원연금 개혁과정에서는 당시 행정자치부(현 인사혁신처)가 수급자단체를 논의과정에 포함시켜 개혁안에 ‘물 타기’를 시도했었다. 이번 개혁은 인사혁신처가 아닌 국회가 주도했기 때문에 이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과정 막판에 불거진 국민연금 연계 조건은 온당하다고 생각하나.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야당 주장도 합리성은 있다.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이 2007년 개혁으로 60%에서 40%로 낮아졌지만, 장차 기초노령연금 월 20만원이 국민연금을 보완해 소득대체율을 50%에 맞추게 돼 있었다. 그런데 2013년 박근혜정부는 기초노령연금 개악을 통해 그 지급 수준을 단기적으로는 20만원, 장기적으로는 10만원 수준으로 낮춰버렸다. 야당의 주장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2007년 합의 수준으로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권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수준을 명시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서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은 통과시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절감 효과는 2009년 개혁 때보다는 적은 게 분명하지만, 합의 과정이 여타 공적연금 개혁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정부, 공무원단체 및 전문가들이 모두 참가해 개혁방안을 공론화함으로써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찬성하는가(2007년 국민연금 개혁 당시 전문가와 여야 정치권의 합의는 ‘소득대체율 50%로 인하, 보험료율 12.9%로 인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선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에 부담을 느낀 여야당은 보험료율을 9%로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만 40%로 낮췄다).

“연금제도에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낮췄다가 다시 높이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더구나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은 진보정당 정부가 단행한, 강도 높은 것이었다. 지금 단계에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가입대상자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납부 예외를 줄이고, 가입기간을 늘려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40년 가입 기준)은 46.5%이지만, 지금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가입자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5∼30%, 평균 가입기간도 22∼23년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두루누리사업(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가 공적연금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을 더 확대하고, 그와 비슷한 지원사업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지금도 노인들의 실질 은퇴연령은 62∼63세에 이른다. 보험료 납부기간을 실제 취업기간에 맞춰 최소 30년으로 늘리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와 개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않고도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보험료 징수대상 소득 상한액(현재 월 402만원)을 크게 올리는 방안도 있다(상한액을 인상하면 해당 고소득자의 연금액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계수에 따라 전체 가입자의 연금액도 늘어난다).

“소득 상한선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경우 현 상한선 위의 고소득자는 연금수급액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올라가 국민연금의 소득분배 기능이 약화되는 측면과 소득재분배계수(A값) 증가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생기는 측면도 있다. 다만 A값 인상은 보험료 납부 때 즉각 반영되어 전체 가입자의 연금액 인상으로 동시에 이어지는 반면 고소득자의 보험료 인상분은 시차를 두고 은퇴 이후에야 연금액 인상분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소득 상한선 인상도 단기적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면서 실질 소득대체율을 충분히 끌어올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는 것도 쟁점이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적립금 규모가 다른 나라들의 공적연금들에 비해 매우 큰 편인데도 정부는 충분한 기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이 ‘어항 속의 고래’라면서 더 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금이 그렇게 커져서 실패하거나 파산했다는 사례는 없다. 거대한 기금이 더 위험하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주식투자의 경우 국내 투자 규모를 줄이고 해외 시장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분산시키는 한편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대체투자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금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를 40%까지 허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앞장서서 주식투자를 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들을 뒤따라가는 추세다. 주식투자 비중을 해외투자 중심으로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연금기금 고갈시점을 잡지 말아야 한다. 적립식과 부과식 얘기를 하는데 합계출산율 2를 유지할 수 없다면 부과방식 전환은 위험한 생각이다. 인구비율과 성장률 전망치를 그때그때 반영해서 적립배율을 1부터 5사이의 균형점에서 상정하고 가야 한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연금과의 불균형은 크게 시정되지 않는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바람직한 통합 방안은.

“이번에 두 연금은 통합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개혁안대로 하더라도 새로 들어오는 공무원부터는 국민연금에 비해 특혜가 거의 사라진다. 두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데 앞으로 보험료율만 순차적으로 더 올리면 두 제도 모두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정부가 차등(공무원보다 더) 부담하는 것이 세계적 경향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정부가 차등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하면 “혈세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준다”는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재정 부담이 계속 늘어나는 데도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고 방치한 잘못이 크다. 국민연금도 국민들의 신뢰도를 더 높이면 보험료율을 12∼13%로 인상하는 데 국민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미국도 사회보장연금(OASDI)이 2050년이면 고갈될 예정인데 현재 12.4%인 보험료를 14.1%로만 높이면 앞으로 100년은 더 간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기초연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2013년 마련된 기초연금제도는 과거의 노령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장기적으로 전체 급여가 줄어드는 축소지향적 개편이었다. 기초연금의 중장기 소득대체율 5%를 10%로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중립방식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어려울 것이고, 재정투입을 늘려서라도 소득대체율을 확실하게 높여야 한다. 다만 지급대상은 현재의 70%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해 저소득층의 노후 소득을 집중적으로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에 대해 상충되는 각계의 요구들 가운데 접점을 찾는 게 어렵다. 단기, 중장기로 나누어 우선순위를 매겨본다면.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두리누리사업과 같은 정부 보험료 지원사업의 확대와 내실화가 가장 시급하다. 기금의 수익률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투융자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500조원 가까운 기금의 많은 부분이 투융자자금으로 쓰였으면 한다. 대체투자는 현재 광물·자원개발 등에 국한해 너무 좁게 보고 있다. 일반 국민과 중소기업인들이 거대기금의 편익을, 국민연금이 실물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이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연금의 혜택과 부담을 과장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가장 나쁘다. 잦은 개혁도 공적연금의 신뢰도를 저하시킨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엇갈리는 추정들을 자제토록 만들고,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만난 사람=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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