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재정·경제·사회·지방혁신을 기사의 사진
혁신이란 듣기 좋은 말이다. 미래를 위해 새롭게 바꾼다는 것이 나쁠 리 없다. 그러나 피곤할 때도 많다. 변죽만 울리고 성과가 없을 땐 더욱 그렇다. 두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은 위기다. 출산율 1.20명의 세계는 인구 감소의 미래를 예견한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는 급속하다. 지방 상황은 더 나쁘다. 중장기적으로 인구 2만 명도 안 되는 기초지자체가 부지기수로 늘어난다. 잠재성장률은 10년 뒤 1%대로 떨어질 것이며 복지수요로 재정압박은 극심해진다. 좌우 막론하고 인구의 위기, 성장의 위기, 재정의 위기, 지방의 위기 인식은 동일하다. 그 해결의 시급성도 인정한다.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명확하다. 경제는 튼튼히 사회는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재정은 집행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지속성을 위한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재정과 조직, 지방의 재정과 조직을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재설계해 나가는 기구 설치(국가혁신부)도 방안이다. 경제혁신도 시급하다. 관건은 성장섹터를 다면화하는 것이다. 대기업, 벤처기업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과 규모의 기업으로 혁신을 확산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올해 경제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서비스 선진화, 벤처, IT에 과도히 집중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골목경제 활성화, 굴뚝산업의 업그레이드 등 다면적 성장전략을 구상하지 않는 한 5000만 인구의 먹거리와 일자리 확보는 요원해진다.

사회혁신도 중요하다. 핵심은 사회의 자기복원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의존형 사회에서 상부상조의 자립형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사회적 경제조직의 자립 강화를 목적으로 한 사회적 경제기본법은 시급히 통과되어야 한다. 제3섹터의 투명성·건전성을 강화하는 시민공익위원회(영국식 charity commission)의 설치법도 시급하다. 기부와 자원봉사의 활성화는 그것을 활용하는 단체의 투명성 확보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지방 또한 혁신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의 확대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이며, 신뢰사회의 구축이며, 모두가 참여하는 공생의 성장전략이라는 정책목표를 명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발전모델의 지방선택(지방발전법 제정), 지방정치모델의 지방선택(지방자치법의 개정)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재구성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재정·세제혁신, 경제혁신, 사회혁신, 지방혁신은 필자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재정·세제혁신은 중장기 재정수급 예측의 귀결이며, 경제혁신은 재벌투자의 낙수효과론이 설명력을 잃었을 때 당연히 도출된다. 사회혁신은 국가와 시장이 한계에 직면했을 때 선진국들이 선택한 공통의 정책방향이며, 지방혁신은 지방분권특별법(2004년),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2010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2014년) 이후의 일관된 정책방향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혁신이 희망보다는 피로감으로 인식될까. 그것은 혁신을 실행할 정치적 사회적 능력에 심각한 기능장애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 여당과 야당의 극한대립과 혼선, 청와대의 불통이미지 등은 단순히 공무원연금 이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중요한 정책에 해당되는 것이며 이것이 이념, 계층, 세대,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되어 갔다.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진정한 위기는 인구·성장·재정·지방의 위기가 아니다. 공적 권위의 위기이며 사회적 신뢰의 위기인 것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아버지 부시에게 빌 클린턴 후보가 했던 말, “바보야, 문제는 경제인 것이야.” 2015년 우리에게는 정치가 문제인 것이다.

김종걸(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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