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명호] 황 후보자 ‘가지 않은 길’ 가라 기사의 사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올해 나이 58세.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자리의 후보까지 갔으니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겠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2년여는 제대로 된 게 거의 없고, 국정 운영 능력은 바닥이니 엄중한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를 것 같다. 일부에서는 황 후보자보다 나이가 적은 장관이 두 명밖에 없어 내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륜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틀림없지만 나이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총리가 내각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낫다.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무기력한 내각 아닌가.

황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최우선 과제는 두 가지다. 부패 척결과 소통. 그는 검사 시절과 법무장관 때 공무원으로서의 소신과 강단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좌고우면 하지 말고 이 두 과제를 실현시켜야 한다.

우선 부패 척결. 청와대는 지명 이유를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본인도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첫마디를 뗐으니 최우선 과제는 사정임이 명확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명 발표 후 ‘공안 통치’ ‘사정 정국 조성’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주장을 잠재우려면 황 후보자는 사정 사령탑으로서 성과로 답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완종 리스트’부터 철저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그는 장관 시절 어느 자리에선가 ‘무법 필벌(無法 必罰)’이라고 말했다. 여권부터 그렇게 하고 나머지 분야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된다. 사정은 모두가 싫어한다. 야당이나 야권 성향의 단체들은 표적 사정한다고, 여당은 경제·사회가 위축된다고, 재계는 기업 망한다고 아우성칠 게다. 대개의 경우 부패 고리로 생겨나는 유무형의 이익을 박탈당하는 사람들일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법이다. 여당이 내년 선거 망치겠다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부패 척결은 여론이 지지한다. 부패가 사라지지 않으면 개혁도 없다.

소통은 현 정권에서 총리에게 사정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다. 국민과의 소통도 긴요하지만 여론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사실 이것을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다. 이 정부 들어 어느 실세도, 어느 장관도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이 정권의 가시적 성과물이 없었던 것은 상당부분 대통령의 소통력 부재에 기인한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가 움직이지 않고, 정부의 적절한 조치는 한 박자씩 늦고, 모두가 청와대 바라보며 냉소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확 바뀔 리는 없다.

황 후보자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바꿔야 할 책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인사 방식으로 볼 때 총리가 된다면 새로운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정부를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가감 없이 소통하는 국정 2인자로서, 비판적 조언자로서 보좌하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 총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 잘 듣는 푸들 총리’라는 별명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황 후보자는 기독교 신앙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되기 전에 ‘법과 교회’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성경은 낮은 곳을 좇으며, 현실의 정치적 이익이나 권력의 탐욕, 이권 같은 것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황 후보자가 그렇게 비우고 심지를 곧게 세우면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고, 사회 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이라는 자신의 첫마디를 어느 정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