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선충 훈증제 ‘맹독성 가스’ 내뿜는다… 美대학 연구팀 조사 결과 호흡기 손상·면역체계 파괴 기사의 사진
지난 2월 경북 경주시 강동면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작업 인부가 잘라낸 소나무에 훈증제를 뿌리고 있다. 이 훈증제에서 맹독성 가스 이소시안화메틸(MIC)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DB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 중인 훈증제가 과거 인도 ‘보팔 참사’에서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맹독성 가스 이소시안화메틸(MIC)를 내뿜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각한 호흡기 손상을 일으키고 중추신경계와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고위험 가스로 알려진 물질이다. 훈증은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잘라 살충제(훈증제)를 뿌리고 방수포로 덮는 작업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훈증제가 무차별로 뿌려졌다. 재선충 방제 당국은 “훈증제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런 위험성을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산림청은 농도 25%의 메탐소듐(Metam-sodium)을 원료로 하는 훈증제 ‘킬퍼’를 2010년 8만6488ℓ를 사용했고, 해마다 늘려 지난해 48만8431ℓ를 썼다고 25일 밝혔다. 4년 만에 사용량이 5.6배 늘었다. 메탐소듐 농도 42%의 훈증제 ‘쏘일킹’은 같은 기간 사용량이 400ℓ에서 46만1245ℓ로 1153배나 증가했다.

문제는 메탐소듐이 MIC를 발생시킨다는 데 있다. 미국 네바다주립대와 워싱턴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2012년부터 훈증제 원료로 쓰이는 메탐소듐을 사용하는 워싱턴주 농가 일대의 주거지를 조사했다. 측정 결과 사람이 호흡하는 대기 저층부(지상 1.5m)에서 MIC가 다량 검출됐다. 기존에는 메탐소듐이 공기와 반응해 중간 수준의 독성을 가진 메틸아이소사이오사이아네이트(MITC)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연구팀은 MITC가 태양광 등과 반응해 독성이 훨씬 강한 MIC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메탐소듐을 사용하는 주거지에서 이소시안화메틸 측정 결과’는 지난해 8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농업식품 화학지’에 게재됐다.

MIC는 20세기 최악의 환경 사고로 기록된 ‘인도 보팔 참사’를 일으킨 악명 높은 물질이다. 1984년 인도 보팔 지역에 있던 다국적기업 유니언카바이드의 화학공장에서 MIC가 유출돼 2800여명이 즉사했다. 피해자 20만여명 가운데 현재까지 2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고, 12만명이 실명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동식물은 물론 사람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등 생태계 훼손이 심각하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메탐소듐이 농촌진흥청에서 허가한 훈증제로 MIC를 발생시키는지 몰랐다고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MIC가 검출된다면 사용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 훈증 작업을 한 곳에 인력을 파견해 대기 질을 측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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