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석헌] 금융감독기능 회복 절실하다 기사의 사진
예상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라고 했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하고도 대응책 마련을 미루거나 소홀히 한다면 어떨까. 결국 위험이 실현되어 큰 비용부담을 초래하지 않겠는가.

요즘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경제의 전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이 부분적으로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거품 우려까지 낳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불확실성 속에서 일부 시장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주식시장에서는 저금리 덕분에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도 규제완화 및 저금리 환경 하에서 주택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주택 가격의 국지적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문제는 상승장의 뒷면에 위험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가 높고 고위험 채권 수익률이 낮음을 언급했는데, 이것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연내 금리인상 공식화로 풀이되면서 한국시장에 끼칠 충격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고수하면 외환시장에서 해외자금 이탈로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이 우려되고,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증가하여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변동금리부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걱정이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반짝 경기로 거래 활성화 및 일부 가격 상승이 눈에 띄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서 버블 붕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위험들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금융 당국이 명시적 대응책을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위험이 없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대응책을 이미 마련해두었는지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만약 위험이 없다고 본다면 시장의 오해를 해소할 필요가 있고 또 만약 대응책이 이미 마련되었다면 이를 제대로 밝혀 시장의 불필요한 혼란을 잠재우는 게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금융위 소관이다. 그런데 금융위가 금융의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함께 다루는 가운데 전자가 후자를 압도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지금 우려되는 가계부채 부담 증가 문제도 다르지 않은데, 기획재정부 또는 청와대 등 상위부서의 경제 살리기 정책이 감독 책임을 압도하여 결국 소비자 부담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의 집행을 책임지는 금융감독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급부서인 금융위 입장을 거스르기 어려워 적절한 가계부채 위험관리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컨대 감독 당국은 은행들에 가계부채 충당금 설정을 요구할 수도 있고 가계부채 특별검사를 추진해볼 만도 하다. 그러나 대책 마련이 지연되면서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는 그간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금융상품 판매업과 판매대리·중개·자문업 제도를 도입하여 금융상품의 판매·자문업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소비자 보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감독기구를 건전성 감독기구로부터 분리하는 문제와 감독기구 독립성 부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으로 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 카드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 등 과거 우리나라 대형 금융사고는 정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가 금융을 정책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금융회사 부실을 초래했고, 금융회사는 감독기구 묵인 하에 손실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했던 것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지연되면서 또 다시 금융소비자들의 위험 노출이 우려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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