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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포비아’… 단순감기도 의심 신고 잇따라

첫 환자 진료의사 확진 판정… 7일 새 감염자 5명으로 늘어

신종 바이러스 질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잇따르면서 가벼운 감기 증세도 메르스 증상으로 여기고 겁을 먹는 ‘메르스 포비아(Phobia·공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건 당국의 소극적 대응이 메르스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전북에서 “중동 지역을 경유해 23일 입국했는데 메르스인 것 같다”는 A씨(25·여)의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알제리에서 4개월간 체류하다 입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알제리에선 마지막 메르스가 지난해 6월 발생했고, A씨의 경우 열이 나지 않고 가벼운 기침 증세만 보이고 있어서다. 당국은 A씨가 낙타나 호흡기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불안 여론이 확산되자 구급차를 이용해 A씨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격리했다. 전북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많은 메르스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증상으로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을 들고 있다. 다소 심한 감기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증세다. 이에 조금만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해도 혹시 메르스가 아닌지 의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회사원 김모(47)씨는 “감기에 걸렸는데 메르스 감염이 두려워 병원 가는 게 꺼려진다”고 말했다.

가장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첫 번째 환자(68)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60여명이다. 26∼27일 이들 가운데 5명이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4명은 메르스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첫 환자에게 주사 처치를 한 간호사(46·여)와 그를 진료한 의사 두 명(31·여, 29·여), 세 번째 환자와 병실을 함께 쓴 남성(34) 등이다.

반면 첫 환자를 지난 17일 진료한 의사(50)는 확진 판정을 받아 다섯 번째 메르스 환자가 됐다. 지난 20일 첫 환자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감염자가 5명으로 불어났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3명 이상 메르스 환자가 나온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나라 간 비교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연합(76명), 요르단(19명), 카타르(12명), 이란(6명)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

불안감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의 상황이 방역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3차 감염과 지역사회로의 전파만 막으면 된다는 논리다. 애초 전파력이 낮다고 했던 메르스 감염 환자가 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지, 자가 격리 조치는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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