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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도시 ‘시징’서 유토피아 꿈꿔봐요”… 한·중·일 50대 작가 3명 ‘시징의 세계’展

“가상도시 ‘시징’서 유토피아 꿈꿔봐요”… 한·중·일 50대 작가 3명 ‘시징의 세계’展 기사의 사진
‘시징 출입국사무소-시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012년 싱글 채널 비디오. 14분 7초. 입국자에게 춤과 노래를 요구하는 이 작품은 국경을 넘기 위해 여권이 요구되는 현실을 우화적으로 비판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가의 위기는 올해 출판계의 주요 담론이었다. 국가간 경계가 흐려지고 비정부기구(NGO) 역할이 커지며 국가는 존립 근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흔들리는 권위가 미술관의 작품으로 들어왔다. 김홍석(한국·51), 첸 샤오시옹(중국·53), 츠요시 오자와(일본·50) 등 1960년대생 아시아 대표작가 3명이 결성한 다국적 작가그룹 ‘시징(西京)맨’에 의해서다. 2006년 결성된 시징맨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시징의 세계’전에서 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한껏 펼쳐 보인다. 시징, 즉 서경은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한때 존재했다가 사라진 지명이다. 이제는 문학적 상상 속에만 남은 그 지명은 이들에게 이상향의 상징어가 됐다. 27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 작가는 중국어 ‘시징’이 채택된 이유에 대해 세 나라 발음 중 어감이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해야 한다. 관리소 직원으로 분한 사람이 서 있는데 3가지 중 한 가지는 해야 입장시켜준다. 웃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이어 만나는 시징 유물도 포복절도할 만하다. 시징에선 4월 한 달 간 가장 많은 땀을 흘린 노동자에게 포상을 한다. 땀을 많이 닦아 가장 빳빳하게 선 타월이 증거물로 제출되며, 그게 또 상품이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며 노동의 가치가 훼손된 현실사회에 대한 유쾌한 어퍼컷이다.

시징의 올림픽과 학교, 대통령의 삶도 현실을 비꼰다. 시징 올림픽에서는 수영 경기 대신 숨 오래 참기, 사격 대신 식빵 총을 이용해 방울토마토 과녁 맞추기가 벌어진다. 김 작가는 “금·은·동으로 등수를 매기는 시스템 자체가 국가간 경쟁의 산물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징의 대통령은 영상 내레이션으로 헌법을 소개하는데 ‘환대권장법’ ‘고독허가법’ ‘적대감금지법’ ‘평등권장법’ 등이 있다. 일본 작가 츠요시는 “예술가로서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함께 고민했다. 우회적 비판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상, 설치, 오브제 등 다양하지만 하나 같이 아이들 놀이처럼 신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김 작가는 “그동안 미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 등에서 선보인 것들을 총집합시켰다”며 “같은 작품에도 반응 방식이 다 달랐다. 작품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면 그렇게 바라보도록 교육받은 환경에서 자란 탓”이라고 했다. 한국 작가의 개념적 설치, 중국 작가의 수묵화 비디오, 일본 작가의 ‘간장(soy sause) 팝아트’ 등 개별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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