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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風雨同舟라더니…

“야당 떼쓰기에 끌려다니고, 야당과 함께 청와대 비판하는 여당 행태 온당한가”

[김진홍 칼럼] 風雨同舟라더니… 기사의 사진
여야는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29일 ‘벼랑 끝 정치’ ‘야합 정치’의 전형을 다시 보여줬다. 1년 이상 끌어온 공무원연금 개혁에 마침표를 찍는 협상을 벌이면서 공무원연금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곤 줄다리기로 소일했다. 그러다 시한에 쫓기자 부랴부랴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 연장하더니 자기들끼리 주물럭거린 결과물들을 후다닥 처리해 버렸다. 온 국민이 잠든 새벽에.

여야는 큰일을 해냈다고 자평했으나 곧바로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사실상 수정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통과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다소 과하게 해석하면, 국회가 정부 시행령까지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정국에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같은 편이 돼 청와대와 대립하는 희한한 전선(戰線)이 생겼다. 청와대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여야는 한목소리로 삼권분립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도 여야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점을 들어 청와대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여야가 자신들 밥그릇을 키우는 일이라 의기투합한 것일까.

더 주목되는 건 당청 관계다.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야당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방안에 합의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한바탕 진통을 겪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으니 당청 관계가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부족한 듯하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 논란 등 예전엔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부의 헛발질이 문제였으나 이번엔 여당이 당청 대립의 빌미를 제공했다. 청와대와 충분한 협의 없이 야당과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한에 덜컥 합의한 뒤 새벽에 기습 작전하듯 후다닥 처리한 점부터 모양새가 나빴다. 당내에선 이런 얘기가 나온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는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수용한 결과이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알게 되면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러면 당 지도부나 의원들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무산될 소지가 있어 새벽에 통과시킨 것이다.” 여당이 의도적으로 청와대를 배제시킨 흔적이 역력하다. 게다가 청와대가 요구해온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하나도 처리되지 못했다. 그래놓고 청와대를 겨냥해 과잉 반응한다고 반박하고 있으니 청와대가 부글부글 끓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 또한 미진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여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만 했지 여야 대표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선 적이 없다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직후 ‘풍우동주(風雨同舟)’를 언급한 바 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당청은 같은 배를 탄 공동운명체인 만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의 당청 간 파열음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여당과 청와대가 그 원인을 찾아내 서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당청 관계가 삐걱거려 민생 현안들이 국회에서 제때 처리되지 못하면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여당 지도부는 야당의 떼쓰기 정치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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