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윤창현] 자원의 저주 네덜란드病 기사의 사진
1959년 네덜란드에서 유전이 발견되자 석유판매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막대한 돈이 해외에서 밀려들어 왔다. 이 덕분에 경제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으나 급격히 유입된 자금으로 인해 자국통화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난 데다 호황으로 인해 임금까지 상승하면서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상황이 반전되면서 극심한 경제 침체가 도래하였다. 자원 발견이 제조업을 ‘구축’(驅逐)하는 ‘자원의 저주’가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충격적 반전을 보며 ‘네덜란드 병’이라는 용어가 탄생하였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뭉칫돈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부각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 자원 수출국들에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는 지난 10여년간 평균 연 4.2%씩 증가해 왔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평균 연 1.2%씩 증가하였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중국으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가 되었고 수단은 53%에 달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또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 수준 이상인 국가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자원 수출대금이 유입되면서 자국통화 가치가 상승하였고 이러다보니 해외제품 수입이 유리해졌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제조업 자체가 위축되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자원가격도 하락하면서 이들 국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네덜란드 병’이 아프리카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조금 다르다. 노르웨이는 GPFG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 규모가 9000억 달러가 넘을 정도이니 500만명의 국민이 1인당 2억원 정도 들고 있는 셈이다. 이 펀드의 조성에 있어서 기본 논리는 단순하지만 힘이 있다.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지금 다 써버리면 미래에 석유가 고갈된 후 후손들은 뭐 먹고 사느냐’는 것이다. 석유가 고갈되어도 후손들이 먹고살 수 있는 재원을 만든 것이다. 또한 이 자금을 주로 해외자산 취득에 사용하니 통화가치도 안정되면서 ‘네덜란드 병’을 기가 막히게 피해가고 있다. 국부펀드 운용수익을 1% 포인트 더 올리면 100억 달러 가까운 돈이 벌리고 유입된 해외자금의 부작용을 해외자산 취득을 통해 ‘중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형이다.

최근 우리 경제에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고 있다. 불황형 흑자이기는 하나 그 규모가 커지면서 엔화 대비 원화가치의 상승이 수반되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물론 우리는 비기축통화국인 만큼 외환보유고로 쌓아놓아야 하지만 외환보유고로는 장기자산이나 실물자산을 매입하기 어렵다. 노르웨이식 접근을 잘 응용해서 국부펀드 역할을 대폭 강화하고 민간의 해외자산 취득을 장려하는 등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도 수출을 통해 돈을 버는 ‘소득국가’를 넘어 해외자산을 통해 수익을 내는 ‘자산국가’의 지위로 올라가야 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다양한 해외자산 취득 정책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차제에 자원가격이 많이 하락한 현재 상황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주식이나 채권을 제외한 대체투자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빈국인 우리가 해외자원을 값싸게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대체투자 전략을 잘 수립·운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양한 전략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를 지속함으로써 미래세대에게 좋은 유산을 남길 수 있는 획기적 변화가 모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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