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파국 치닫는 黨靑… 결론은 둘 중 하나] 대통령 탈당? 유승민 사퇴? 기사의 사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원유철 정책위의장(왼쪽)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 이동희 기자
지난해 7월 15일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열렸던 7·14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했다. 비주류로 평가받았던 김 대표 체제 등장 이후 처음 가진 당청 회동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면서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참석자들은 이 발언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비주류 지도부를 향해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청 관계는 파국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돌을 막을 대안은 여야의 재협상뿐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재협상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어 현실성이 낮다.

결국 여권은 ‘박 대통령의 탈당이냐’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냐’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거부권 행사 이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여당이 박 대통령 뜻을 거슬러 야당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청 관계는 파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2일 “재의결되면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떠나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탈당하면 40%를 웃도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을 배제한 채 국민과 직접 대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국회법 개정안을 사장(死藏)시키는 방안이 있다. 현재로선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 당청 관계의 충돌은 피할 수 있겠지만 여야 관계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

법안이 사문화되면 이번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 내전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벌써부터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사실상 사퇴 요구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유 원내대표 지키기에 나서고 있어 ‘유승민 책임론’을 둘러싼 혈전의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당청 관계가 파국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도 있다. 아직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보내지 않아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물밑 조율로 당청 관계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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