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박근혜의 메르스와 오바마의 메르스 기사의 사진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메르스, 하반기에는 에볼라로 홍역을 치렀다. ‘죽음의 바이러스’를 한 해에 두 차례나 겪은 것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은 전광석화 같은 초기 대응이었다.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입국한 자국민이 사흘 뒤 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자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곧바로 여행력을 파악, 격리 조치하고 메르스 감염을 확진했다. 며칠 후 두 번째 환자도 사우디에 거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격리조치됐다. CDC는 병원과 협력해 감염자의 주변 인물과 버스·비행기에서 접촉한 사람들을 전원 추적했다.

이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한 컨트롤타워는 백악관이었다. 그 선봉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대통령이 있었다. 메르스 환자 2명이 잇따라 발생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대책회의를 수차례 열고 촘촘한 방역 대책을 세워나갔다. “우리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는 말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 결과 현재까지 미국의 메르스 환자는 이들 2명이 전부다.

4개월 뒤 에볼라 때도 비슷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환자가 발생하자 즉각 비상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틀 동안 외부 일정을 취소하며 에볼라 대책에 몰두했다. 일부 학교가 휴교하는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환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해야만 감염되니 개개인 모두 평상심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기 바란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CDC는 백악관과 협의해 병원 명단, 환자 이름과 거주지를 공개하는 등 초강수로 대응했다. 결국 미국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보건 당국의 철벽 방역이 어우러지면서 에볼라를 일거에 잠재웠다.

우리는 어떤가. 일단 메르스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이는 보건 당국의 헛발질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고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에 분노하고 있다. 더 답답하게 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다. 무책임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메르스 첫 감염자 발생 14일 만에야 처음으로 긴급회의를 여는 안일함을 보였다. 사망자에 이어 세계 최초로 3차 감염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날 회의는 ‘골든타임’을 놓쳐도 한참 놓친 뒷북 대응이다. 지시사항도 이미 대책본부로부터 많이 들었던 뻔한 것들이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대통령의 체감인식은 한가하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하고, 아파도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엇박자’를 내도 대통령은 먼 산만 보고 있는 듯하다. 최후의 보루인 군(軍)에서도 감염 의심자가 나왔는데도 청와대는 주무 부처가 알아서 하겠지 라며 뒤로 빠진 형국이다. 4일에야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가 꾸려졌지만 격리 대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마당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러니 ‘세월호 판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는 메르스와 에볼라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오바마 대통령과도 한참 대비된다.

맹자는 “백성이 중요하고 사직은 다음으로 중요하며 임금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존재(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라고 했다. 세상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위기 상황일수록 국민을 안심시켜주는 것이 지도자가 제일 먼저 할 일이다. ‘아침이 오는 게 무섭다’며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은 대통령의 하나 마나 한 지시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결단을 보고 싶어 한다. 국민의 마음까지 전염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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