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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창조와 창조과학

[우종학 교수의 별 아저씨 이야기]  창조와 창조과학 기사의 사진
어느 교회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과학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는 기독교인들에게 우주의 역사를 들려주는 일은 신나는 경험이다. 신의 증거가 어디 있냐고 무신론자들이 공격한다지만, 창조주를 믿는 신앙인의 눈으로 보면 신의 역사가 아닌 것이 없다.

밤하늘을 빛내는 별들의 세계를 넘어 100억 광년의 거리에 이르는 은하들을 품은 광대한 우주공간, 그리고 20세기 초에 발견된 우주팽창을 시점으로 빅뱅우주론의 탄생과 증거들을 다루다 보면 어느새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눈빛이 별처럼 반짝거린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시는 일을 나타낸다.

강의 후, 담임목사님이 마침기도를 했다. 그런데 창조과학이 나날이 발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는 것이 아닌가. 창조과학은 현대과학과 대립될 뿐만 아니라 신의 창조역사를 마술사적 신관에 가두는 문제가 많은 견해임을 분명히 설명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모양이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지만 꼭 창조과학을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창조과학과 창조가 같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창조과학은 다양한 창조론 중 하나일 뿐이다.

창조의 연대나 순서, 혹은 방법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여러 창조론이 존재한다. 하나님이 자연적 방법을 창조에 사용하셨다고 보는 ‘진화 창조론’이나 천지가 1만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보는 ‘젊은 지구 창조론’도 있다. 그리고 오랜 지구론이나 지적설계론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기독교 대학에는 ‘창조와 진화’라는 과목이 있다고 한다. 거의 필수과목 수준인 이 과목은 창조과학을 가르친다. 기독교 대학에서 창조신앙을 가르치는 건 문제가 없겠지만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젊은 지구론’을 가르치는 건 필자로선 충격적이다.

젊은 지구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있을까? 최근 그 대학의 학보 기사를 보면 심지어 창조과학자들도 젊은 지구론의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인정한다. 과학적 증거가 없으니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님을 분명히 알려주는 셈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성경에 근거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구약학계는 창조과학의 극단적 문자주의 성경 해석에 대해 비판적이다. 성경 저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내용까지 성경에서 읽어내는 건 신학적 오류가 아닐까.

젊은 지구론이 워낙 반과학적이다 보니 몇몇 창조과학자들은 창조과학과 젊은 지구론을 동일시하는 비판이 껄끄러운가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창조과학은 그 주창자인 헨리 모리스가 ‘과학적 창조론’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은 젊은 지구론이다. 한국창조과학회의 공식 입장도 여전히 젊은 지구론이다. 창조과학과 젊은 지구론을 동일시하는 것이 억울하다면 신앙에 걸림돌이 되는 젊은 지구론은 정리해야 한다.

천동설을 비롯한 역사가 알려주듯 나의 이해의 폭 안에 창조를 가두는 건 너무나 인간중심적이고 어리석은 일이다. 창조주를 믿는다는 것은 자연이 드러내는 모든 과정을 신의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위대한 발견이 자연에서 드러날지 모른다. 창조는 창조과학과 다르고 창조론보다 위대하다. 우종학(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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