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유경준] 통계의 착시 기사의 사진
다빈치나 피카소 같은 대가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 배경을 모르면 작품 가치나 감동의 정도가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원근법이나 소실점 같은 회화의 원리를 알고 그림을 본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는 훨씬 높아지고 깊이 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에도 단순히 공식만 외우는 것보다 공식이 도출된 원리를 이해하면 문제 해결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수학 교육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강조하는 것도 배경을 통해 원리와 핵심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언론에서 늘 접하는 통계와 확률을 대할 때에도 배경지식은 큰 역할을 한다. 일본의 경제학자 가도쿠라 다카시는 ‘숫자의 이면을 읽는다는 것은 현실의 이면을 읽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통계의 원리와 기초지식, 작성 배경 등을 이해하고 통계 숫자를 보면 단순한 수치를 넘어 그 이면에 있는 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통계를 볼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에는 숫자에 속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나라 통계 중에서 가장 많은 오해를 사는 분야가 바로 물가와 고용 관련 통계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481개 상품과 서비스 품목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이 중 지출 비중이 큰 품목에 가중치를 부과해 평균을 낸 것이다. 반면 소비자는 시장에서 구매하는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등락으로 물가 변동을 체감하고 지수와의 괴리를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통계청도 이런 괴리를 좁히기 위해 각종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구입빈도별지수 등 다양한 보조 지표를 통해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용 통계에서도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통계청은 지난해 11월 국제노동기구(ILO)가 새롭게 제시한 기준을 적용해 세계에서 처음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했다. 고용보조지표상의 수치는 공식 실업률의 세 배 정도로 나타났다. ILO의 권고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도 구체적으로 집계하라는 것이다. ILO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부가 공식 집계하는 실업자로 계산되지 않았던 취업 준비 중인 아르바이트생, 주부, 은퇴자 등이 실업자에 포함된다. 이런 배경지식을 갖고 공식 실업률과 고용보조지표를 바라보면 고용 동향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질 것이다.

지난달 말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 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수는 늘었고, 이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감소했으며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상황과 처지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계의 이면을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전체 취업자 증가에 따라 비정규직 규모 역시 증가했지만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했다. 또한 임금격차 확대와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감소는 비정규직 중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번 통계에서 긍정적인 면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비정규직의 개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외국의 비교 통계는 없다. 국제 비교에는 시간제와 용역근로자 등을 제외한 임시직(temporary workers)의 개념이 사용될 뿐이다.

통계는 아는 만큼 보인다. 통계청도 통계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국가통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설명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경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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