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납작 엎드린 환경부 기사의 사진
메르스 공포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난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국내에서는 ‘생물자원보호, 미래를 위한 배려’가 세부 주제로 강조됐다. 그러나 환경의 날을 맞는 심정은 착잡하다. 생물자원과 다양성은 국토와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야 확보될 수 있는 것인데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강과 습지, 산을 훼손하는 개발계획이 여과 없이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4대강에 섬진강을 더한 5대강의 친수구역을 대폭 늘리는 ‘하천지구 지정 변경안’을 추진해 왔다. 국토부가 2013년 7월 건설기술연구원에 용역을 줘 지난해 12월에 받은 하천지구 지정 변경안에 따르면 현재 24%인 5대강의 친수지구를 37%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친수지구는 하천과 조화가 되도록 주거, 상업, 문화, 관광, 레저 등 기능을 갖춘 구역을 말한다. 관련 공문을 공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 의원은 “아파트 빼고 골프장, 자동차 경주장, 식당, 호텔 등 수질오염 시설 대부분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1년6개월간 환경부와는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그해 4월 두 부처는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을 상호 연계해 수립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토·환경계획 연동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었다. 국토부는 이런 업무보고에 역행하면서까지 환경부를 무시했다. 4대강 사업의 후유증과 생태계 건강성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흐르는 강물의 위력과 콘크리트가 정면으로 대치하면 언제나 콘크리트가 패배한다는 게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상식이다.

보전해야 할 국립공원 안팎을 포함해 생태계가 우수한 산에 댐과 케이블카가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지리산에는 문정댐과 내서댐이, 설악산 오색지구∼끝청 구간과 지리산 등에서는 케이블카가 환경부를 따돌린 채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이명박정부가 대외적으로 약속한 2020년 목표치보다 하향 조정하는 시나리오를 최근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개발의 삽날을 옹호하는 경제부처의 공격이 난무하는데도 환경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법정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국립공원 면적은 국토의 5%에도 못 미친다. 습지보호구역에도 크고 중요한 습지들은 대부분 빠져 있다.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은 현재 21군데지만, 그 평균 면적은 세계 평균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자투리땅이다. 한강하구, 철원평야 등 주요 철새 사이트는 람사르습지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수비도, 공격도 못하는 와중에도 생물자원 보전과 복원을 위한 기관들은 하나둘 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경북 영양에 들어설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건립추진단 발족식이 열렸다. 그러나 지금 복원사업 대상인 여우도 소백산을 벗어나 경기도까지 이동하면서 올무와 덫에 속절없이 희생되고 있다. 산림이 훼손되고 단절되면 풀어놓은 야생동물은커녕 서식 중인 보호대상 동물도 대를 이어가기 어렵다. 보전구역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언제부턴가 다른 부처와 다툼을 일으키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처의 공격을 하도 많이 받다 보니 주눅이 들었다고도 했다. 정부의 고위직제들은 나름대로 당대의 다양한, 서로 견제하는 국가적 업무 수요들을 반영하고 있다. 논쟁을 하고, 안 되면 싸워서라도 맡은 대의를 관철시켜야 한다. 그 일을 포기한다면 자리에 더 이상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