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홍] 바이러스 공포를 넘어서는 힘 기사의 사진
1347년, 상선 한 척이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메시나항에 당도했다. 이상한 병에 걸려 있었던 이 배의 선원들은 뭍에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부 사망했다. 이것이 인류 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黑死病·Black Death)의 시작이었다. 3년 만에 흑사병은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번져 나가더니 러시아까지 확산되었다. 학자들은 당시 유럽의 흑사병 희생자는 총 7500만명에서 2억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이 1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다.

바이러스 확산은 흑사병 후에도 수많은 재앙을 일으켰다. 16세기 초 잉카문명도 두창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피사로 군대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으며,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AIDS,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전염병 출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나 ‘연가시’ ‘감기’ 같은 영화들은 21세기에는 바이러스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들을 던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재까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병은 치명적이지 않다.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도 생존할 수 없다. 메르스(MERS)도 치료약이 없다지만 독감이나 결핵보다 훨씬 치사율이 낮다. 모두가 위생 관리에 신경을 쓰고 신중하게 움직이면 얼마든지 극복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는 우리가 쌓아올린 21세기 도시 문명의 운명적인 약점을 잡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수많은 물자와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세계화 시대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홍콩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 사람들이 바이러스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메르스 같은 비교적 약한 바이러스 사태로도 패닉에 빠진 우리나라 모습을 보면서 풍족한 의식주 환경과 하이테크 문화에 도취된 우리들의 화려한 오늘은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흑사병이 터지기 직전 13세기 후반 유럽은 기술 발전과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었기에 낙관론이 팽배했다. 그러다 대혼란이 일어났다. 14세기 초부터 유럽의 연평균 기온이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대기근이 곳곳에서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갔다. 또한 이슬람 군대의 무서운 침공이 유럽을 위협했다. 그러나 최악의 재앙은 흑사병이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인구가 거의 반토막 났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이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인류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때 영국에는 노리치의 줄리안이라는 여자 성자가 살고 있었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위중한 병을 앓다가 하나님의 환상을 보고 회복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본 환상을 책으로 썼다. ‘거룩한 사랑의 계시’라는 그 책에서 줄리안은 절망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를 이렇게 전했다.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은 죄악이지만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것이며,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것이다.’ 줄리안은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 영적인 것임을 직시했다. 모든 것이 괜찮을 수 있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혜를 믿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람들의 회개와 기도가 그 은혜의 물줄기를 끌어들여 재앙의 세상을 살려낼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줄리안의 믿음대로 유럽은 기적같이 다시 살아나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찬란한 꽃을 피웠다.

언제까지 정부와 보건 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과 일부 감염 의심자들의 제멋대로 시민의식을 탓하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오늘의 칼럼은 설교같이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땅에 사는 하나님의 사람들이여, 나라와 민족을 위해 회개하고 기도하자.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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