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김경택] 나의 메르스 공포증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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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아닌 곳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불안하다. 특히 거의 매일 들려오는 루머가 공포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예를 들어 메르스 환자가 나온 모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간병하던 A의원실 비서관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B의원실 비서관은 갑작스러운 복통 때문에 응급차에 실려 갔는데 메르스 때문이라더라.

이들 루머는 왜곡·과장된 내용이었다. 한 보좌관은 보좌진 감염설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 잠시 들렀다는 비서관이 한 명 있기는 했지만 메르스 의심환자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회발(發) 괴담은 현역의원에게조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새누리당의 유의동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중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저는 자가격리 대상자인가. 능동감시 대상자인가”라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평택성모병원에 다녀간 뒤 보건소와 복지부로부터 각각 자가격리자, 능동감시 대상자라는 다른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에 두 번 보건 당국의 전화 확인만 받으면 되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확인됐지만 ‘국회의원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괴담에 시달려야 했다. 유 의원은 “정부 당국이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여러 사례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오해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위안이 되는 ‘소식’도 있었다. 문 장관이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 이후 “어린이집에 대한 의무 출석일수 내규를 잠정 해제토록 지시했다”고 밝힌 것이다. 어린이집 비용을 전액 지원받으려면 한 달에 11일 이상 어린이집에 출석해야 하는데 당분간 이런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얘기다. 불안하지만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의무 등원 일수를 채우는 부모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문 장관의 발언이 있던 다음날 보육료 관리 업무 등을 맡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 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이와 관련해서 전혀 공지 받은 내용이 없다. 11일 이상 출석을 해야 (지원)되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아직 문 장관 지시가 전달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복지부 콜센터(129)를 통해 들은 설명은 이렇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메르스 때문에 어린이집 원장에게 휴원 명령 또는 권고를 해 휴원한 어린이집, 어린이집 원장이 메르스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통해 부모 동의를 얻어 지자체의 휴원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 의무출석 규정이 해제됩니다.”

이는 문 장관이 지시했다는 내용과는 분명히 다르다. 문 장관의 발언만 듣고 이런 자세한 기준을 떠올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콜센터 담당자는 “장관님이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모르지만 구체적인 단서조항까지는 말씀을 안 하셔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일정까지 미룰 정도로 중대한 메르스 국면에서 ‘보육료 타령’은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과도한 공포감을 가져선 안 된다는 말 또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관 스스로 직접 지시했다고 밝힌 것도 온전히 지켜지지 않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사실 이런 사례는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비하면 큰일도 아니다. 괴담이 단순히 괴담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나는 가족의 강권에 못 이기는 척 가방에 넣어두기만 했던 마스크를 얼마 전 착용하기 시작했다. 병원 밖 공기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문가 의견은 물론 여러 번 들었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다녀왔다는 동료의 ‘담대함’에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만원 버스를 타기 전 나는 또 슬그머니 마스크를 꺼낸다. 아무리 메르스의 치사율이 비교적 낮다고 해도 ‘치·사·율’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감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 한 번 가본 적도 없는 중동에서 온 바이러스가 무섭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병원 진료일을 미뤘다. 정기 치료를 받아왔던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가 ‘메르스를 퇴치했다’고 발표한 뒤에는 이 공포증이 해소될 수 있을까.

김경택 정치부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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