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17)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클리닉 이동현 교수팀] 환자 ‘삶의 질’ 위해… 기사의 사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인공방광클리닉 전공의와 임상간호사 등 의료진이 잠시 짬을 내 4층 옥상정원에서 사진촬영에 응했다. 오른쪽 끝에 선 이가 인공방광클리닉 운영을 선도하는 이동현 교수다. 이병주 기자
“방광에 퍼진 암 때문에 방광을 떼어내고 옆구리에 소변 주머니를 차야 합니다.” 방광암 환자들이 수술 후 의료진으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암에 걸린 방광을 수술로 떼어내면 오줌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진다. 따라서 아랫배 안쪽 복벽에 구멍을 뚫고 요로(尿路)를 연결하는 수술(요루형성술)을 받아야 한다. 이른바 요루(尿瘻·요관 대신 소변을 배출하는 길)에는 방광을 대신해 소변을 받을 주머니를 단다. 이렇게 소변주머니를 차면 정상인과 같이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지 못하게 된다. 요의를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광암 환자들은 두 번 좌절한다. 암 진단 시 치명적인 암에 걸렸다는 사실과,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고 소변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다.

소변주머니를 차면 수시로 살펴보고 갈아야 한다. 소변주머니 때문에 대중목욕탕 이용도 어려워진다. 요즘과 같이 날씨가 더워지면 냄새가 날까 두려워 외출도 꺼려진다. 자칫 소변 주머니를 바꿀 때 잘못 관리하면 피부가 헐어 다시 착용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인공방광수술은 방광암 환자의 이 같은 불편을 덜어줄 목적으로 개발된 치료법이다. 수술은 방광암 절제 후 소변주머니를 차야 하는 요루형성술이 아니라 그 자리에 인공방광을 만들어 없어진 방광을 대신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인공방광은 환자 자신의 소장(小腸)을 필요한 만큼 잘라 만든다.

문제는 암에 걸린 방광을 걷어낼 때 배뇨 신경과 방광괄약근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소장을 잘라 소변주머니 역할을 할 인공방광을 만들어 요관에 이어 붙여주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경험이 아주 많은 의사라도 4∼5시간이 걸린다. 온 신경을 집중한 상태에서 시술해야 하므로 수술 후 탈진하기 일쑤다. 수술을 할 때 의사가 “무엇이 환자를 위한 길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 인공방광수술이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이동현 교수팀은 다른 의사들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인공방광수술에 과감히 도전해 ‘전국구 최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가 인공방광 수술에 처음 도전한 것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의로 일하던 1996년이다. 당시 수술 소요시간은 8∼10시간으로 사실상 하루 종일 수술에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길어야 4시간이다. 이 교수팀은 최근 3년간 연평균 60여명의 방광암 환자에게 인공방광수술을 하고 있다. 올해는 100명을 넘을 전망.

남들처럼 방광을 들어내고 아랫배 복벽에 요루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수술했다면 이 보다 3배, 4배 많은 수술실적을 올렸을 것이다. 방광암 절제 후 요루형성술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내외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이 교수팀이 인공방광수술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환자들이 원하고,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기 때문이다. 인공방광수술을 받으면 수술 후 대중목욕탕도 자유롭게 이용하는 등 종전처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특히 여성의 경우 방광암 때문에 인공방광수술을 받을 때 병기에 따라 질을 보존시켜 여성성을 잃지 않게 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발기 능력을 보존시켜 각광을 받는다. 물론 인공방광이 자신의 진짜 방광을 완전히 대신할 순 없다. 인공방광에는 자연 수축기능이 없어 용변 시 배를 짜내듯 눌러줘야 하는 정도의 어려움은 있다.

방광암은 비뇨기에 생기는 암 중 가장 흔하고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위암, 폐암, 간암처럼 발생률이 높지 않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남자 2847명, 여자 702명을 합쳐 3549명이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표준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7명이다. 신장암(5.9명), 자궁경부암(5.9명)보다 조금 낮은 수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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